국내 브랜드 첫 직접진출 ‘롯데호텔 모스크바’ 부분개관
벽면에 러시아 紋章 장식 롯데호텔 모스크바는 4층 중앙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친환경 수목원 ‘아트리움 가든’을 설치해 사계절 푸른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벽면 그림은 국립 수리코프미술대와 협력해 제작한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고대도시 25곳의 문장(紋章). 제작을 지휘한 막시모프 예브게니 학장은 성구세주 성당의 천장 벽화를 그린 유명 화가이다. 사진 제공 롯데호텔
20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롯데호텔 모스크바’의 직원 연수장. 러시아 현지 직원 10여 명이 김선희 매니저에게 서비스 교육을 받고 있다. 김 매니저는 나무 자를 들고 직원들의 허리 굽히는 각도까지 일일이 점검했다. 4월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예브게니아 자이체바 씨는 “유럽 고객들도 한국식 인사를 받으면 무척 좋아한다”며 “며칠 전 독일인 투숙객이 ‘서비스에 감동받았다’며 감사편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 호텔 현지 직원 300여 명은 10주에 걸쳐 총 400시간 동안 인사법 표정 용모 자세 전화예절 등 서비스 교육을 받고 있다. 허리 숙이는 인사가 낯선 러시아에 ‘한국식 서비스’를 심고 있는 과정이다.
9월 13일 전관 개관을 앞두고 부분 개관한 롯데호텔 모스크바를 찾았다. 롯데호텔은 국내 브랜드 중 최초로 해외에 직접 진출해 호텔을 열었다. 국내 호텔이 동남아시아 현지 호텔을 인수합병(M&A)한 경우는 있었지만 용지 매입부터 설계 시공, 직원 교육 및 오픈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장한 것은 롯데호텔이 처음이다. 아시아 호텔 가운데 최초로 모스크바에 진출하기도 했다.
롯데호텔은 모스크바 최고의 호텔, 6성급 초럭셔리 호텔을 목표로 삼았다. 송용덕 롯데호텔 상무는 “서구 호텔을 압도하는 최고급 시설에 한국적인 ‘정(情)’이 담긴 서비스를 담았다”며 “롯데호텔이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고 한국의 서비스산업이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호텔이 위치한 노브이 아르바트 거리는 붉은 광장, 크렘린 궁전, 볼쇼이 극장 등과 연결되며 러시아 외교부, 정부종합청사 및 80여 개국의 대사관과 다국적기업이 밀집한 모스크바의 심장부다.
○ 한국적인 서비스 강조
총 7117m²의 용지에 지상 10층, 지하 4층 규모의 호텔 현관에 들어서니 현지 직원이 45도로 허리를 숙이며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했다. 웅장한 대리석 기둥이 호텔을 받치고 있는 로비 천장에는 태양을 형상화한 샹들리에가 반짝였다. 2층으로 연결된 중앙계단 샹들리에는 높이가 13m에 이른다. 1억 원 이상의 초고가품이다.
모든 객실 입구에서는 4층 중앙에 설치된 200m² 규모의 수목원 ‘아트리움 가든’을 볼 수 있다. 투숙객들이 겨울이 긴 러시아에선 느끼기 어려운 푸른 자연을 사계절 즐길 수 있게 했다. 디럭스룸 객실은 면적이 약 60m²로 다른 호텔보다 20m² 정도 넓었다. 1000만 원 상당의 삼중 방음도어와 욕실에는 러시아 최초로 한국형 온열바닥과 비데를 설치하는 등 세심한 부분에서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조종식 부총지배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빌 게이츠 같은 최정상 VIP가 모스크바를 방문하면 롯데호텔을 찾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전과 시설을 가장 까다롭게 따진다는 미국대사관이 최근 단체예약을 시작했다고 호텔 관계자는 귀띔했다.
모스크바=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