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두루뭉술… 홍보 미적지근… 실무운영 주먹구구…■ 부천영화제 통해 본 국내영화제 현황
올해 14회째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준비한 일본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모형 전시가 열린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시물의 대부분은 1980, 90년대 만들어진 콘텐츠다. 22일 오후 이곳을 찾았을 때 몇몇 만화 팬 말고는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부천=손택균 기자
그러나 이날 부천에서 만난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북 페어 등 부대행사가 마련된 장소에는 자원봉사자 외에 방문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역대 한국영화 홍보물로 벽면을 가득 채운 널찍한 전시장에는 중학생 세 명만이 앉아서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북 페어 스태프인 김진현 씨(45)는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갈수록 시들해지는 것 같다. 홍보도 미적지근하다. 전철역에서 메인 행사장인 시청 건물까지 오는 길에 플래카드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관객이 몰린 화제작은 판타스틱(fantastic)과는 거리가 멀었다. 모형 전시가 함께 열린 ‘기동전사 건담’, 공식경쟁부문 초청작인 ‘은혼’ 등 일본 애니메이션은 관심을 끌었지만 영화제 성격을 흐리게 하는 부작용도 컸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산 전주 제천 등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0년 사업비 국고 지원을 받은 6개 영화제 중 하나다. 올해 총사업비 27억 원 중 4억5000만 원을 문화부에서 받았다. 부천시도 12억4667만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1990년대 영화제 초창기의 활기찬 분위기는 희미해졌다. 5년 전 운영진의 내부 갈등과 분열을 겪은 뒤에는 ‘프로그램 성격이 애초 의도와 달리 두루뭉술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는 “며칠씩 머물며 도시 자체를 즐기는 부산이나 전주와 달리 부천은 상영작 프로그램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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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운영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 중구 의회는 4월 “사업자금을 유용했다”며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사무국을 고발했다. 의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는 “2009년 중구로부터 25억 원을 지원받은 이 영화제가 홍보, 출판, 디자인 관련 예산에만 10억 원을 쓰는 등 예산을 방만하게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특정 인물이 8월 12∼17일 열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9월 9∼13일 개최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프로그래머를 동시에 맡은 데 대한 중복 기용 논란도 불거졌다. 각각 음악과 다큐멘터리 전문 영화제로 성격이 다른 데다 개최 시기도 비슷해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4월 ‘섹스 볼란티어’의 조경덕 감독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한 필름이 인터넷에 유포됐다”고 주장하는 등 실무 운영 미숙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영화평론가 이상용 씨는 “세계 영화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영화제를 통한 장르영화 콘텐츠 발굴이 어려워졌다”며 “과거 콘텐츠의 ‘재포장’을 자제하고 생존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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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인턴기자 경북대 전자공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