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수술을 받고 반신불수가 됐지만 기적처럼지휘봉을 다시 잡은 전설적인 지휘자 오토 클렘페러.
■ 클래식 음악계 영화같은 컴백
가요, 팝과 같은 대중음악과 달리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장기간 활동을 하지 않다가 재기에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다. 무엇보다 기량이 쇠퇴해 과거의 연주력을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유로 활동을 접었던 음악가들은 애써 재기를 하려 하기보다는 교육자로 변신해 후계자 양성의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계에도 역경을 딛고 재기에 성공한 극적인 사례들이 없지 않다. 우선 독일 태생 20세기 지휘의 거장 오토 클렘페러를 꼽을 수 있겠다. 40대에 베를린 국립가극장 음악총감독, 베를린 크롤가극장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화려한 전성시절을 보내던 그는 1933년 유태계라는 이유로 나치에 밀려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1939년 뇌종양 수술을 받고 생명은 건졌으나 반신불수가 되고 말았다. 1948년 가까스로 재기했지만 이번에는 비행기 트랩에서 떨어져 두 차례의 대수술을 받았다. 1959년에는 파이프를 입에 문 채 잠들었다가 큰 화상을 입었고, 1963년에는 고혈압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그 때마다 불사조처럼 일어선 클렘페러는 1973년 88세의 일기로 세상을 뜨기까지 지휘봉을 놓지 않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제공|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