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H, 성남시 재개발사업 왜 중단했나

○ “성남시 손보기? 우연의 일치일 뿐”
겉으로는 LH가 성남시에 사업 중단을 통보해 반격에 나섰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외쳤을 때 “협의를 거쳐 조정할 수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며 반발했던 LH가 똑같은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H는 펄쩍 뛰고 있다. LH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사업성을 다시 검토하던 사안”이라며 “이대로 사업을 진행하면 오히려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 23일 주민 대표자들과 성남시 측에 상황을 알려줬다”고 해명했다.

비좁은 골목, 가파른 언덕, 노상 주차, 낡은 주택…. 26일 찾은 경기 성남시 중원구 금광1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 풍경은 낙후된 성남시 구시가지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개발 사업 포기로 이 골목길은 언제 나아질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성남=이성호 기자
정치권은 양비론(兩非論)을 제기하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남시 수정구가 지역구인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사전협의 없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성남시나, 주민과의 협의 없이 사업 중단을 통보한 LH의 행태가 너무 닮았다”며 “공공기관의 갈등에 성남 주민 주거복지사업이 희생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남시 분당구가 지역구인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성남시장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LH가 손을 떼서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이라며 “공기업으로서 성남 시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LH의 구조조정 불똥 어디로
이번 사업 중단은 LH의 전체적인 사업 재편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LH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LH로 통합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부동산경기 침체가 겹쳐 기존 사업들을 더는 추진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놓였다는 것. LH의 부채는 지난달 말 118조 원까지 불어나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다.
올 초에도 LH는 서울 중구 세운5-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포기했고 강원 속초시 노학지구의 도시개발사업지구 지정도 해제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 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사업도 재검토 의사를 밝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충남 서산시, 대전 동구, 부산 강서구, 경기 화성시 등의 택지개발 및 도시재생사업도 LH의 자금난으로 표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보금자리주택지구와 세종시, 혁신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도 연쇄적으로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H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사업성 검토가 끝나면 성남시처럼 사업 포기를 결정하는 곳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