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사 임금협상 마무리 단계… 파업만능 의식 변화 주목
2002년 10월 출범한 GM대우차가 2년 연속으로 분규 없이 임금협상을 타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성 노조 지도부가 들어선 데다 단체협상이 있는 GM대우차에 대해서는 당초 “올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에 앞서 현대자동차도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최근 이뤘으며, 지난해 극심한 파업을 겪은 쌍용자동차는 임금을 동결하고 노조 유급 전임자 수를 39명에서 7명으로 줄이는 내용으로 올해 5월 노사가 합의했다. 노조가 없는 르노삼성자동차는 아직 사측과 노조 격인 사원대표위원회가 협상을 마치지 않았지만, 2000년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노사 분규를 겪은 적이 없어 올해도 무분규가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노조가 강성인 자동차업계에서 올해 이처럼 분규가 벌어지지 않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자동차 생산 현장의 ‘파업 만능’ 의식이 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노조의 운동이 한 원인이었던 미국 자동차회사의 몰락과 지난해 쌍용차 사태 등을 보면서 조합원들이 ‘무조건적인 투쟁보다는 고용 안정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는 것. 추영호 GM대우차 노조위원장도 조합원 투표 전 배포한 성명서에서 “일부에서 왜 노조가 철야농성이나 파업을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었다”며 “(그러나) 실력행사 없이도 돌파할 자신이 있었고 현장 순회에서 조합원들의 의견과 여론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와 대기업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기아차 덕분에 GM대우차나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기업의 노사협상이 수월하게 마무리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노사 양측이 다루기 민감한 유급전임자 축소 문제는 빼고 먼저 임단협을 마친 뒤 전임자 문제는 기아차의 협상 결과를 따라가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