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일자리 120만개중 96%가 中企
일자리 창출의 ‘숨은 영웅’은 중소기업들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에 국내에서 늘어난 일자리의 96.6%는 중소기업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대기업 중심의 고용 창출은 한계에 이르렀으며, 중소기업의 고용창출 여건을 개선해주는 것이 일자리 문제의 해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고용기여도 대기업보다 높아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종사자는 2003년 1030만여 명에서 2008년 1146만여 명으로 116만여 명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종사자는 156만여 명에서 160만여 명으로 4만여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늘어난 일자리 120만여 개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나온 셈이다.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신설된 국내 법인은 매년 5만 개 이상이었으며, 중소기업은 2003년 293만여 개에서 2008년 304만여 개로 10만여 개 늘어났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 종사자는 2008년 말 기준으로 전체 대·중소기업 종사자의 87.7%로, 70%대인 일본이나 대만, 50% 수준인 미국 영국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면서 대기업은 생산 기지를 해외로 옮기거나 지식집약적인 사업으로 눈길을 돌린다. 반면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 업종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매출액 대비 인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특히 소득이 올라가면서 개인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이 분야 창업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기창 중기중앙회 조사통계팀 과장은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은 큰 자본이나 시설 투자 없이 소규모로 창업이 가능하다”며 “다만 음식·숙박업 등에 창업이 몰리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 “고용에 초점 맞춘 지원 정책 필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크고 하도급 구조가 복잡한 한국적 상황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전략경영연구실장은 “국내 대기업은 직원 급여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이른 데다 근속 연수가 높아질수록 임금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에 구조조정 압박을 강하게 받고, 신규 채용보다는 자동화나 아웃소싱을 활발히 추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특히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 규모의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덜한 편”이라며 “중소기업에서 고학력 실업자를 흡수할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중소기업들의 규모 확대에 대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은 봉급 때문에 고급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고, 이것이 낮은 기술력과 낮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13∼19일 중소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올해 인력 채용 현황 조사를 한 결과 응답 업체의 52.7%가 ‘하반기에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