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예방’에만 힘쏟다 허 찔린 유럽

佛 등 정보원에 너무 의존
비밀작전 허탕 민간인 희생
“공격적 전략으로 전환을”

22일 새벽, 프랑스 특수부대원 30여 명과 아프리카 모리타니 특공대가 어둠을 뚫고 인접국 말리 국경에서 150km 떨어진 ‘알카에다 마그레브 지부(Aqmi)’를 기습했다. 악명 높은 알카에다의 아프리카 북부 기지의 하나였던 이곳은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프랑스는 올 3월 납치된 자국민 미셸 제르마노 씨가 이곳에 억류된 것으로 판단하고 비밀작전에 나서 대원 6명을 사살했지만 제르마노 씨는 그곳에 없었다. 결국 25일 이 지부는 프랑스를 비난하면서 제르마노 씨를 참수했다.

이 일은 ‘인질 납치와 살해’를 통해 대(對)서방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는 알카에다에 유럽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 사례였다.

알카에다를 겨냥한 유럽 각국의 비밀작전들은 공개되지 않은 것이 많다. 프랑스 국내정보국(DCRI) 관계자는 지난달 TV 인터뷰에서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 일어날 뻔한 15건의 테러 시도를 미리 저지했지만 정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테러시도 중에는 DCRI 청사 폭탄테러 계획도 있었다고 한다.

첨단기기를 통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중시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 테러정보는 사람에 의존하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500만 명이 넘는 이슬람인이 사는 프랑스는 이슬람 인적 정보원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인적정보는 지루한 감시와 도청, 정보원 포섭 등 많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게다가 정보가 틀릴 경우 앞서 소개한 말리 작전에서 보듯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부른다. 영국의 테러전문가 피터 뉴먼 박사는 “영국도 테러가 발생하기 전 정보원을 먼저 침투시켜 예방하는 데 주력하다 보니 다소 의심스러운 인물들과 협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테러전문가 장루이 브뤼기에르 판사는 “테러는 방어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을 앞서 주도해야 한다”며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테러 조직의 뿌리를 없애는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달 초 독일 노르웨이에서 알카에다 대원 3명이 체포됐고 25일 이라크가 알카에다 연계조직 ‘이라크이슬람국가(ISI)’ 지도자 3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테러전문가들은 알카에다가 돈과 무기로 아프리카 아시아를 대상으로 테러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제르마노 씨를 살해한 마그레브 지부는 알카에다가 사하라 사막 인접국들을 겨냥해 만든 주요 거점이다. 알카에다와의 공식 연합을 선언한 소말리아의 급진 무장단체 알샤하브도 최근 서방의 주요 경계대상으로 급속히 떠올랐다. 알샤하브는 11일 우간다에서 70여 명이 사망한 자살폭탄테러를 저질렀다. 하지만 유럽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테러는 정보 부족과 식민지 역사를 둘러싼 현지 정서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방관하는 형편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