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사회 주제 소설-시집 출간 잇달아
이방인 아닌 가족관계 속 일상적 존재로 인정
피해만 입는 캐릭터 탈피 능동적인 모습 보여

지난달 출간된 구경미 씨의 장편 ‘라오라오가 좋아’는 40대 남성이 라오스인 처남댁과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라오스에서 일하다 귀국한 뒤 가족과 동료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중년 사내는, 한국 사회에 대해 소외의식을 갖는 처남댁과 동질감을 나눈다. 손홍규 씨는 장편소설 ‘이슬람 정육점’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다 서울에 눌러 살게 된 터키인 하산 아저씨가 고아 소년을 입양해서 키우는 모습을 그렸다.
최근 시집 ‘노래’를 낸 조인선 씨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시인. 경기 안성에서 축산업을 하는 그는 시에서 생활의 고단함뿐 아니라 이주민 아내에 대한 극진한 마음을 노래한다. ‘결혼하러 베트남으로 향할 때 여동생은 울었었다/ 집에 오니/ 아내는 한 장에 삼십오 원짜리 봉투를 붙이고 있었다/ 나는 아무 내색도 없이/ 가만히 옆에서 아내를 도왔다’(‘첫사랑’에서)
그림 제공 현대문학
실제로 순혈주의가 강했던 한국사회만큼이나 한국문학의 경계의식도 두터웠다. 평론가 이광호 씨는 “문화의 순결성이, 서로 섞이고 부닥치고 교환하면서 다른 삶의 양상이 전개되는 것에 대해 문학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문제적 테마”라고 전한다. 그만큼 다문화는 한국문학에 도전적이다.
특히 작품에서 이주민들을 피해만 보는 딱한 캐릭터가 아니라 능동적인 존재로 파악한다는 게 주목할 만하다. 전상국 씨가 ‘세계의문학’ 여름호에 발표한 단편 ‘드라마 게임’에서 필리핀인 며느리 체리안은 가족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맡는다. ‘라오라오가 좋아’에서 처남댁 아메이는 무기력한 결혼생활에서 탈출했다가도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등 삶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라오라오가 좋아’의 작가 구경미 씨는 “이주여성 하면 수동적이고 순종적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들을 피해자의 그물에서 끌어내고자 한 것이 작품 의도”라면서 “그저 복종만 하는 게 아니라 주체적 욕망이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기를, ‘토착민’과 ‘이주민’ 간 동등한 관계를 이루고자 하는 바람을 소설에 담았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