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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G20 정상회의때 ‘서울 컨센서스’ 발표

입력 | 2010-07-30 03:00:00

개도국에 신자유주의 강요한 ‘워싱턴 컨센서스’ 대체




정부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선진국들의 다양한 경제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서울 컨센서스’를 발표한다. ‘서울 컨센서스’가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되면 1989년 미국,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이 중심이 돼 만들어낸 ‘워싱턴 컨센서스’를 일정 부분 대체하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29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위원장 사공일)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 G20 정상회의 때 다룰 ‘개도국 개발의제(개발이슈)’의 세부 추진 과제 중 하나를 이같이 정했고, 최근 G20 국가와 국제기구 관계자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G20 국가를 중심으로 선진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종합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제안할 방침이다.

G20준비위 고위 관계자는 “G20을 중심으로 선진국이 가진 다양한 경제발전 경험을 개도국에 최대한 많이 제공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라며 “개도국이 선진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직접 비교 분석해 스스로 갈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개도국 개발모델


워싱턴 컨센서스는 △무역과 투자의 자율화 △공기업 민영화 △규제완화 같은 신자유주의적 사상을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내용으로 담고 있으며 그동안 서구 선진국이 개도국에 일방적으로 강요해 온 경제발전 모델이다. 한국도 외환위기 때 미국과 IMF로부터 워싱턴 컨센서스를 강요받아 이들이 요구하는 정책을 한꺼번에 받아들였다.

그러나 워싱턴 컨센서스는 이를 도입한 개도국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자 적절한 개발모델이 아니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특히 개별 국가가 자신에게 적합한 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베이징 컨센서스’를 중국이 2004년에 발표하자 급격히 영향력을 잃기 시작했다. 서울 컨센서스는 베이징 컨센서스에서 제시된 아이디어에 G20 경제발전 경험의 DB화라는 방법론까지 담고 있어 워싱턴 컨센서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데 더욱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북아가 개발모델 중심지로 부상

G20 차원의 경제발전 경험 공유 및 DB화 작업이 개도국에 대한 동북아 3국 즉, 한국 중국 일본의 영향력을 키우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지난 5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경험한 나라가 한중일이기 때문이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개발협력팀장은 “대부분의 개도국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최근 경제성장을 경험했고, 대외 개방성이 높은 경제체제를 갖춘 한중일의 경제발전 경험을 벤치마킹하길 원한다”며 “동북아가 경제개발 모델 전파의 중심지가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李대통령 G20 준비위 추진상황 점검 ▼

G20의 경제발전 경험 DB 구축 작업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자원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나라들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런 시도가 자원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아프리카의 자원부국 개도국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G20 정상회의준비위원회(위원장 사공일)를 방문해 의제, 행사진행, 홍보 등 분야별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함께 G20 준비위를 찾았으며 사공일 위원장에게서 회의 준비상황 전반에 대해 보고받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