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도 부동산시장의 붕괴 조짐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다. 지난 30년간 부동산시장과 증시는 거의 비슷한 사이클로 움직여 왔다. 부동산과 주식투자자금이 중복되는 부분은 많지 않지만, 부동산시장과 경기호황이 맥을 같이하는 데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부의 효과가 간접적으로 증시 활황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시장은 ‘시차는 있지만’ 2인 3각 경기처럼 같은 궤적을 보여줬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이웃 일본도 증시와 부동산시장은 등락을 같이했다. 특히 지난 20년은 증시와 부동산이 동시에 ‘세트’로 몰락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두 시장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시가 먼저 폭락한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부동산시장은 이제 집중적인 하락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린다. 혹자는 잠시 분리되어 움직이는 두 시장이 결국 상호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가 부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쳐 경기 둔화를 초래하고 결국 증시 하락을 유발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아직 부동산과 증시의 ‘분리’를 얘기하기는 이를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부동산과의 이별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우리 사회 양극화 치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