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겨울올림픽 빙속 금-은메달 이승훈

정답은 ‘금메달 후유증’이다. 다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목표의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승훈(22·한국체대·사진)은 처음 나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을 때였다. 28일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만난 이승훈은 다시 스케이트화를 조이고 있었다. 그에게 올림픽 후유증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가 더 많아요”
그는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가장 힘든 목표를 이뤄 기쁘지만 다른 목표가 더 많이 남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쇼트트랙에서도 국가대표가 돼 금메달을 따고 싶다. 쇼트트랙 선수 시절 많은 대회에 나가 메달을 땄지만 아시아경기와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9월 쇼트트랙, 10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선발전에 모두 도전할 계획이다. 아직 두 종목 모두에서 메달을 딴 선수는 해외에서도 없다. 그는 “세계 최초가 되고 싶다. 분명 힘들겠지만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 “금메달 영상 수천 번 봤어요.”
캐나다에서 한국에 돌아온 뒤 그가 가장 많이 본 것은 자신이 금메달을 딴 동영상이다. 그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동영상을 저장해서 수천 번은 본 것 같다. 그때의 느낌과 자세 등을 보면서 이미지트레이닝을 한다. 최고의 동기 부여 영상”이라고 말했다.
금메달을 딴 뒤 칭찬도 그에게는 자극제가 됐다. 그는 “한국에 와서 훈련하기 싫을 줄 알았는데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누가 칭찬을 하면 더 이를 악물고 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딴 뒤 바뀐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자 그는 여러 가지를 말했다. 자신감, 경제력, 주변 관심 등을 말한 뒤 그는 “나쁜 것은 하나도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언제까지 스케이트화를 신을지 묻자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아직 할 것이 많아요. 이제 운동이 더 재미있어졌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