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교수 “Rg3, 평활근세포 죽이는 기능 세계 첫 규명”
서울대 약학과 정진호 교수(사진)팀은 29일 “인삼에 들어 있는 성분인 ‘Rg3’이 평활근(smooth muscle) 세포를 죽여 혈관 구조를 바꾸는 역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독성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인 ‘톡시컬로지컬 사이언스(Toxicological Science)’ 19일자에 온라인 속보로 게재됐으며 다음 달 말 책자로 발행될 예정이다. Rg3은 인삼의 사포닌 배당체를 가리키는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의 하나로 인삼의 주요 유효성분이다. 특히 Rg3은 혈관 수축을 억제해 고혈압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Rg3에 의해 한번 수축이 억제된 혈관은 영원히 수축 기능을 잃는다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팀은 흰쥐 7마리의 정맥에 4주 동안 매일 Rg3 5mg을 주사한 결과 혈관 내벽의 두께가 얇아지고 혈관의 지름이 커지는 등 혈관이 비정상적인 구조로 바뀐 현상을 발견했다. 정 교수는 “흰쥐의 동맥을 떼어내 분석한 결과 평활근세포가 사멸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평활근세포는 혈관의 수축을 담당한다. Rg3을 혈관에 주입하면 세포의 칼슘 채널을 손상시켜 평활근세포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평활근세포가 더는 살아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자살’한다. 이로 인해 혈관의 수축 기능도 마비된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정 교수는 “인체에 순기능만 하는 것으로 인식돼온 인삼 성분이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 알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독성학 분야 권위자인 국내 모 대학 관계자는 “Rg3을 포함한 인삼추출물이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9월 9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리는 ‘제5회 한국한의학국제심포지엄’에서 연구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