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童]-리짜이(李再) 그림 제공 포털아트
성형외과에서는 동안을 만들기 위해 안면윤곽 수술을 광고합니다. 간단한 시술방법으로 보톡스와 필러를 권장하기도 합니다. 한의원에서는 주름 개선, 피부 탄력 증진, 리프팅 효과가 있다며 동안침을 광고합니다. 동안의 기본 요건인 깨끗한 피부, 통통한 볼살은 물론이고 눈 밑의 주름을 없애기 위한 안티에이징 화장품과 성형식품 광고도 도처에 넘쳐납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들도 동안 여부로 첫인상이 좌우되고 심지어는 동안대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몸짱 얼짱 에스라인 브이라인 꽃미남 꿀벅지를 거쳐 바야흐로 세상은 동안의 전성시대가 되었습니다.
동안(童顔)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아이의 얼굴’입니다. 어른에게 적용한다고 해도 ‘어른아이 같은 얼굴’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동안 열풍은 어린아이 얼굴이 되고 싶어 하는 기성세대의 집단적 열광입니다. 어른이 왜 어린아이 얼굴을 가지려 하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 사회에는 책임 대신 퇴행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이 든 몸에 어린아이의 얼굴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과연 뭘까요.
동안에 집착하는 과도한 욕망은 일그러진 현시(顯示)욕을 반영합니다. 자신의 실제 나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신적 미성숙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몇 살로 보이냐고 노골적으로 묻는 것도 자신감이 아니라 히스테리의 다른 양상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불행했던 벤자민 버튼의 일생을 생각한다면 동안에 대한 일그러진 집착과 열망이 얼마나 면괴스러운 일인지 되짚어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아이의 얼굴이 아니라 아이와 같은 해맑은 마음입니다. 아이의 마음으로 살면 주름 잡힌 얼굴에도 자연스레 동안이 떠오릅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환한 동안이 그립습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