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케빈 더튼 지음·최정숙 옮김/376쪽·1만5000원/미래의창
설득할 것인가, 설득당할 것인가. ‘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에서 저자는 단순성 의외성 자신감 등의 전략으로 상대를 순식간에 무력화하는 설득법 ‘초(超)설득’을 주장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적 의사소통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어떻게, 어떤 표현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변화시킬 수 있을까? 심리학자는 저녁자리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집에 돌아와 ‘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한마디로 상황을 반전시키고, 마음을 돌리게 만드는 어떤 비법을 알려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다양한 심리학 연구 결과는 인간의 행동과 사고과정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의 해결책이 대부분 일반적인 지식이나 사례에서 나오기보다는 예외처럼 보이는 특이한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자체 보안시스템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설득의 비법, 상황을 일거에 바꾸어 버리는 반전의 대화가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상황을 반전하고 바로 사람의 마음을 돌리게 만드는 비법, 특별한 종류의 설득기술 즉, 설득의 반전기술에 대한 것이다.
설득의 대가에는 거물 정치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적 재능만큼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재능도 남다른 유명 밴드 오아시스 역시 가끔 설득에 재능을 보이는 모양이다. 한 콘서트장에서 음향장비 문제로 공연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갤러거 형제는 “이 공연은 무료다. 환불받고 싶은 사람은 요청하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환불 요청자에게 오아시스가 이용하는 특별한 은행에서 발행한 오아시스 형제의 사인이 들어간 수표를 지급했다. 대부분의 팬은 이 특별한 수표를 현금화하지 않았고, 당연히 수표 자체에 희소성이 더해져 가치는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결국 오아시스는 거의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았고, 팬들도 행복해했다.
이렇게 양쪽이 모두 행복해지는 예가 있는가 하면 한쪽이 완승하게 되는 예도 있다. 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피곤하니 일찍 자라고 설득하는 엄마를 아이는 “엄마, 그럼 내가 아침 7시부터 뛰어다니면 좋겠어요?”라는 말로 단번에 제압해 버린다. 이처럼 설득의 대가는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에서는 윈스턴 처칠이나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 같은 거물 정치인부터 법조인, 사기꾼, 테드 번디 같은 잔혹한 연쇄살인범, 그리고 사이코패스까지 설득의 ‘반전기술’을 알고 있는 사회 각계각층의 ‘설득 대가’들의 일화를 소개함으로써 그들의 설득 노하우를 전달한다. 거기에 더해 간단한 심리 실험 사례를 열거해 객관성을 더함과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쉽게 설득당할 수 있는지,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 같은 우리의 뇌가 얼마나 쉽게 교란당하는지, 그 결과로 우리가 어떻게 속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신생아와 사이코패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도 마음 자체와 마찬가지로 진했을까? 설득 도사와 무술 도사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두뇌에는 ‘설득경로’라는 것이 있을까? 이 책은 이런 다양한 질문에 저자 나름의 흥미로운 대답을 제시한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