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사들은 한결같이 공천 잘못을 패인(敗因)으로 꼽는다. 민심이 아직 민주당을 떠나지 않았다고 자위하고 싶겠지만 두 달은 민심의 풍향이 바뀌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6·2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을 견제했던 민심은 친(親)전교조 교육감들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 일부 지자체장의 소란(노이즈) 마케팅과 예측 가능성을 도외시한 교육행정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전교조는 민노총과 함께 민주노동당의 핵심세력이다. 전교조와 좌파 교육감들이 민주당 소속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분명하게 선을 긋지 않음으로써 국민은 초록동색(草綠同色)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좌파 교육감들이 교육현장에서 일으킨 소용돌이는 초중고교생 자녀를 두지 않은 사람들조차 혼란스러웠다. 학부모들의 마음은 단순하다. 내 자녀가 안심하고 학교 다니며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 밑에서 공부 잘하기를 바란다.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는 “밥은 집에서 알아서 먹일 테니 제발 밥 얘기 그만하고 공부나 잘 가르치라”는 말이 나온다.
좌파 단체장들의 노이즈 마케팅
북한은 6·25전쟁 이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울진·삼척 무장공비 남파, 미얀마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 858기 폭파 등 34차례 도발을 저질러놓고 단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천안함 도발은 35번째다. 34번까지는 북한이 한 것 맞는데 35번째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했다는 말인가.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중국 외교부 사람들로부터 “당신네 나라에서 민주당과 참여연대도 못 믿겠다는 것을 우리보고 믿으라는 말인가”라는 면박을 당했다고 한다.
세 번째로 민주당은 단일화의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민노당이나 노무현 계승 당인 국민참여당과 단일화를 이룬 은평을과 충주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정세균 대표는 국회 공중부양(空中浮揚) 사건의 강기갑 민노당 전 대표와 함께 사진 찍고 연대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두 차례 집권 경험이 있고 제1 야당으로서 수권정당을 지향하는 정당이 의석 하나도 없는 국민참여당과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고, 헌법적 가치를 부인하는 민노당과 어깨동무를 하니 민주당을 지지하려했던 사람들도 마음을 고쳐먹는다.
우리나라의 선거구도는 중간에 자리 잡은 30% 정도의 유권자가 선거 때마다 이쪽저쪽을 번갈아 지지하며 정치지형의 변화를 몰고 온다. 민주당이 ‘한복 입고 수염 기른’ 한 목사나 강 전 대표 같은 사람과 가까이 할수록 그들 지지자가 민주당 쪽으로 넘어오는 일은 없고 중간지대 유권자들만 등을 돌릴 것이다.
국가안보, 초당적 태도로 임해야
우리 사회가 분열돼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은 나라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한 기업인은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더라도 기업인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민주당이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親)서민이 꼭 반(反)기업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본보의 ‘공존(共存) 대담’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송영길 인천시장은 국민생활 개선과 경제발전을 위한 실사구시(實事求是)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