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도피 30대, 자수 귀국길 체포
전자회사에 다니는 김모 대리(34)는 주식투자에서 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처음 도박에 손을 댔다. 매주 강원랜드를 찾은 김 대리는 ‘바카라’ 등 카드 게임에 빠지면서 급기야 월급마저 날리는 신세가 됐다. 더는 돈을 구할 방법이 없던 김 대리는 탈출구로 회사 법인카드에 주목했다. 김 대리 회사의 개인 법인카드는 팀장 전결만 있으면 한도액을 무한정 늘릴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팀장인 채모 상무(45)의 ID와 패스워드를 알아낸 뒤 자기 카드의 한도를 늘렸다. 조금씩 늘리다보니 올해 3월 중순 그의 법인카드 한 달 한도가 3억 원에 이르렀다.
김 씨의 범행은 결국 4월에 발각됐다. 법인카드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총 4억700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산 다음 ‘상품권깡’으로 현금을 마련해 도박에 다시 나섰지만, 그는 2억3000만 원만 입금할 수 있었다. 억대의 돈이 결제되지 않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회사에서 채 상무에게 해명을 요구하면서 김 대리의 범행 일체가 탄로 났다. 발각 이후 필리핀으로 도주했던 김 대리는 가족들의 권유로 자수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귀국하면서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김 씨가 다니던 회사는 사건 이후 법인카드 이용 시스템을 바꿨다”며 “김 씨를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해 3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