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시점-NOW’ 연출 ★★★☆ 안무 ★★★☆
30, 3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안성수픽업그룹의 ‘시점-NOW’. 검은색 바닥, 어두운 조명이 등장인물들의 뒤얽힌 욕망을 잘 드러냈다. 사진 제공 안성수픽업그룹
18세기 유럽 사교계를 배경으로 한 소설 ‘위험한 관계’가 원작이지만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를 옮겨오지는 않았다. 그 대신 악몽의 방, 미로의 방, 휴식의 방, 결투의 방 등 등장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는 다섯 개의 방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자신의 대표작 ‘Life, 볼레로 2005’의 안무를 가져온 두 번째 ‘미로의 방’ 장면에서는 리메이크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원작의 ‘볼레로’는 밝은 조명 아래 무용수들의 기하학적인 움직임이 이어지는 ‘차가운’ 작품이다. 그러나 무대 바닥 색깔이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조명이 흰색에서 어두운 노란빛으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원형을 그리며 서서히 상승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미로처럼 뒤엉킨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형상화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대를 깊이 있게 사용해 등장인물들의 어두운 내면과 화려한 무도회 장면을 함께 표현한 첫 번째 ‘악몽의 방’과 ‘무도회의 방’ 역시 조명과 연출이 맞춤하게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줬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