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요가 → 수박화채 새참 → 전문업체 점심 → 휴게실 낮잠 → 샤워후 퇴근
■ 대형건설사 근무환경 개선 붐
20일 인천 서구 청라지구 SK건설 현장식당(일명 함바집). 제육볶음에 유기농야채를 곁들인 메뉴가 본사 구내식당 못지않다. 사진 제공 SK건설
장 씨 혼자만의 하루 일과가 아니다.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근무 여건 개선 바람이 불면서 사무직 근로자 뺨치는 작업환경을 갖춘 공사현장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사들의 현장 근로자 우대 방침과 ‘우리도 대우받을 만큼 받아야겠다’는 근로자들의 의식수준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GS건설 서교자이 공사현장에서는 아침 조회 때 국민체조 대신 요가를 한다. 무용원 출신의 젊은 여성 강사가 매일 아침 근로자들과 함께 요가로 몸을 푼다. 요즘 찜통더위가 계속되자 곳곳에 제빙기를 설치했고 얼음조끼도 지급하고 있다. 근로자들만을 위한 회의실과 휴게실도 갖췄다. 허명수 GS건설 사장은 “근로자들을 위해 아침마다 음주측정과 건강검진을 한다”며 “현장에서는 GS건설 직원과 일용직 근로자가 모두 똑같이 대우 받는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마포구 GS건설 공사현장 근로자들이 전문 요가강사의 동작을 따라하며 몸을 풀고 있다. 이종승 기자
청라지구 SK건설 식당은 한번에 200명이 식사할 수 있으며 에어컨 4대가 시원한 바람을 내뿜는다. 사진 제공 SK건설
건설사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원가절감을 우선해 인건비 줄이기에 바빴다. 하지만 곧 ‘품질’ 관리를 위해서는 공사현장의 ‘복지’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장윤 SK건설 청라지구 관리부장은 “근로자를 잘 챙겨주는 게 결국 아파트 품질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돈이 들어도 안전사고가 줄어들고 품질도 유지되는 점을 고려하면 손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수준급 공사현장은 아직 대형 건설사에 한정돼 있다. 중소건설사가 운영하는 공사장은 아직도 사정이 열악하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일용직 근로자들을 위해 하루 4000원가량의 퇴직공제금을 내주는 공사장은 전체의 57% 수준에 그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관계자는 “10월부터는 전체 공사장의 75%가 퇴직공제금 지원 혜택을 받게 된다”며 “일용직 근로자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퇴직금과 출산·결혼수당을 제공하는 등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