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무대가 좁다.” 제작, 연출, 주연 등 ‘1인 다역’으로 뮤지컬 무대를 누비고 있는 공연계의 ‘르네상스적 인간’ 송용진.
■ ‘치어걸을 찾아서’ 제작에 주연까지 ‘1인 5역’ 송용진
록밴드 활동하며 무대서 연기도
이젠 감독까지…좋은 걸 어떡해
송용진(34)은 정체성이 묘한 사람이다. 음악창작단 ‘해적’ 대표, 록밴드 쿠바 보컬, 솔로 가수. 여기까지는 대략 뮤지션임을 알 수 있는데 그 다음 이력도 만만치 않다. 뮤지컬 배우로 ‘그리스’, ‘렌트’, ‘록키호러쇼’, ‘젊음의 행진’, ‘하드락카페’ 등의 히트작에 줄줄이 출연했다.
게다가 최근엔 한 술 더 떠 직접 뮤지컬을 제작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제작 송용진, 연출 송용진, 극본 송용진, 음악감독 송용진, 주연 송용진.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이 작품은 ‘이상한 뮤지컬’이란 부제가 붙은 ‘치어걸을 찾아서’다.
그는 뮤지컬 배우 이전에 록 뮤지션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밴드 생활을 했으니 20년쯤 ‘록밥’을 먹었다. 록음악계는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의외로 보수적인 동네. 로커가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을까. “지금도 최고의 딜레마에요. 어려운 시절이라 처음엔 다들 ‘먹고라도 사는 게 어디냐. 잘 해 봐라’하는 분위기였는데, 오히려 성공하고 나니까 좀 달라지더라고요. 흐흐”
뮤지컬쪽에서는 ‘그 친구, 뮤지션 아냐?’라고 하고, 음악으로 가면 ‘걔, 뮤지컬 배우잖아’한단다. 송용진은 “약간 박쥐같은 데가 있다”라며 웃었다.
지금 공연하고 있는 ‘치어걸을 찾아서’도 지극히 송용진스러운 작품이다. 뮤지컬과 록콘서트, 퍼포먼스가 뒤죽박죽이다. 올 상반기 딱 한 달 대학로에서 공연했지만 ‘2010 더뮤지컬어워즈’ 소극장창작뮤지컬 부문 후보작으로 노미네이트됐던 작품. 그 탄력을 받아 7월23 일부터 재공연에 들어갔다.
뮤지컬계에서 ‘무대 장악력만큼은 송용진이 최고’라는 말이 있다. 송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뮤지컬과 록밴드를 동시에 해서 가능한 거 같아요. 전 무대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며 놉니다. 반대로 음악하는 데 가면 다들 노래만 하는데 전 연기도 하죠. 시너지 효과라고 해야 하나요?”
말을 마친 송용진이 해적 모자를 고쳐 쓰더니 무대 뒤로 사라졌다. 오늘 밤에도 그는 해적선을 이끌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치어걸’을 찾아 나설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제공|쇼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