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산불-홍수에 국제 밀값 한달새 42% 폭등
러시아의 올해 곡물 수출량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요즘 낮 기온이 평균 섭씨 42도에 이르는 등 130년 만의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산물 작황이 나빠졌기 때문. 이 같은 세계 곡물 생산량 급감에 따른 우려로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거래된 국제 밀 가격은 2일 하루에만 7∼8% 폭등했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기상 이변이 곡물 생산량 감소와 그에 따른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7월 한 달 국제 밀 가격은 42%나 급등해 월간 상승률로 1959년 이후 51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러시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광활한 곡창지대를 갖고 있는 국가에서 나타난 이상 고온과 가뭄이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국가 비상사태를 야기한 산불이 농촌지역까지 번지며 작물 생산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주요 밀 생산국 중 하나인 캐나다는 파종기에 쏟아진 폭우 때문에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6%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최근 10여 년 만에 발생한 대홍수로 벼농사가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쌀 생산량이 올해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제 쌀값은 6월 말 이후 15%나 뛰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자연재해가 농산물 공급에 타격을 주면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등 경제 전체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인도는 가뭄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는 인도의 설탕 작황에 영향을 미쳐 국제 설탕 가격은 지난달 말에 최근 4개월 내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곡물 가격의 상승은 2년 전 지구촌을 덮쳤던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값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떠올리게 한다”며 “현재의 상승 추세는 앞으로 몇 주간은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2008년에 곡물가격이 폭등했을 때는 일부 식량 부족 국가에서는 폭동이 발생하고 각국이 경쟁적으로 수출 제한 등의 긴급조치를 내렸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