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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불교대학 印 날란다大, 800여년 만에 다시 문 연다

입력 | 2010-08-05 03:00:00

신라 혜초스님 순례… 唐현장법사 유학
印의회, 캠퍼스재건 본격논의




인도 비하르 주에 남아 있는 날란다대 유적지 모습이 고색창연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었던 날란다대는 800여 년 전 파괴됐지만 최근 재건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3∼5세기경 인도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대학이 전쟁으로 파괴된 지 800여 년 만에 복원돼 다시 학생을 받을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와 현지 언론들은 4일 “인도 의회가 비하르 주의 날란다대 유적지 인근에 캠퍼스를 재건하고 이를 위해 외국 정부 등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을 이번 주에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날란다대는 전성기 때 교수진이 2000명에 이르고 세계 각지에서 1만 명의 유학생이 모여들었던 당대 세계 최고의 대학이었다. 당나라 현장 법사를 비롯해 중국 페르시아 티베트 한국 일본 터키 등의 승려들이 유학했고, 신라의 혜초 스님도 순례길에 이곳을 거친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날란다대에선 불교 전공과목들을 비롯해 철학과 수학, 과학, 약학, 의학 등 다양한 강의가 열렸으며 강의실과 도서관은 물론이고 학생을 위한 기숙사와 공원, 사원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12세기 말 이슬람군의 침입으로 건물과 교정이 모두 불타고 대부분의 승려가 학살당하면서 15만 m²의 드넓은 교정은 폐허가 됐다. 당시는 유럽에서 이탈리아 볼로냐, 영국 옥스퍼드 등 서양 최초의 대학들이 갓 태동하던 때였다.

날란다대의 재건 논의는 1990년대 이후 꾸준히 나왔지만 계획이 구체화한 것은 2006년 인도 정부가 국내외 전문가들을 모아 재건을 위한 자문그룹을 조직하면서부터다. 인도 정부는 재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싱가포르 등 외국에 손을 뻗쳤고 이 사업에 관심이 있는 종교단체와 개인투자자들도 모집했다. 이 밖에도 인도는 하버드, 옥스퍼드, 예일 등 세계 유명대학들에도 대학 건립에 관한 협력을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인도 정부는 건축과 용지 조성공사 등 전체 재건비용을 약 1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자문그룹의 위원장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 교수는 “날란다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지적인 성취”라며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재건에 착수해 2년 내에 공사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날란다대의 재건에 대해선 인도 의회를 비롯해 외국 정부나 학자들도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준비 과정에서 일부 논란도 있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티베트 불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이번 재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두고 중국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 인도 정부가 일부러 눈치를 본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