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수술 후 생긴 원인 모를 통증, 마약성 진통제만으로 해결 안돼-난치성 통증증후군, 척수신경자극술로 통증 50% 경감 가능
직장인 이주헌 씨(34)는 3년 전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척추 뼈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척추분리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 씨는 곧바로 척추 고정술과 융합수술을 받았으나 통증은 여전했다. 특히 밤에는 통증이 더욱 악화돼 사회생활이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통증의 원인을 알기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마약성 진통제만 복용하다가 최근 만성통증에 의한 통증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만성통증은 병을 일으키는 원인 병소나 아픈 부위가 치료됐음에도 불구하고 1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이 씨는 근육, 관절, 인대, 뼈 등에서 발생하는 체성(體性)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에 속한다.
◆아픈 배, 손으로 문지르면 통증이 줄어든다?
통증은 인체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감각신경 세포들이 척수를 통해 뇌로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나타나는 신경계 신호다. 이런 통증 신호는 다른 자극 신호로 바꿔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은 배가 아프면 무의식적으로 배를 문지르고 이로 인해 통증이 감소되는 것을 느낀다. 특정 부위에 통증이 있을 때 본능적으로 아픈 부위를 손으로 만지는 등의 자극을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에 의해 난치성 통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척수신경자극술'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1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이 시술법은 척수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주는 척수신경자극기(SCS: Spinal Cord Stimulator)를 인체에 삽입해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즉 다른 느낌의 신경 신호를 생성함으로써 환자의 통증을 감소시키는 치료법으로, 미세한 전기 자극을 사용하므로 신경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이 치료의 목적은 통증을 완화시켜 약물 및 주사치료를 줄임으로써 장기적인 약물 사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또, 2007년 캐나다 사스캐처원 대학병원 신경외과 크리슈나 쿠마(Krishna Kumar) 교수는 척수신경자극술과 약물치료를 병행한 환자군에서는 대상의 43%가 더욱 적은 약물 사용으로 통증 완화 효과를 경험한 것에 비해, 약물치료만 진행한 환자군에서는 18%만이 통증 완화 효과를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 척수신경자극술, 선별검사 후 시술 받아야
다만 이 척수신경자극술은 허리에 만성통증이 있는 모든 사람이 시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천안 우리병원 임강택 소장은 "만성 통증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먼저 선별검사를 실시해 치료 결과에 따라 환자의 만족도를 측정하고 환자가 만족할 때 척수신경자극술을 시술한다"고 설명했다.
선별검사는 국소마취로 실시되며 환자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의사와 대화하면서 전기 신호가 통증 부위로 잘 전달되는지 확인한다. 선별검사 기간은 약 3일에서 7일. 이 기간 동안 기대하는 효과를 얻은 경우에만 국소마취 후 가로 5cm, 세로 5cm, 두께 9mm 정도 크기의 신경자극발생기를 복부 또는 쇄골 아래에 삽입하게 된다. 선별검사 기간에 환자가 기대하는 효과를 얻지 못하면 자극 장치를 제거하고 치료를 중단한다.
일단 척수신경자극술 시술 대상이 되면 X-ray 또는 MRI(자기공명영상진단) 등의 정밀검사를 실시해 척수신경자극기가 삽입될 부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시술을 결정한다. 척수신경자극술은 최근에 보험 적용이 가능하고 적용범위도 확대돼 그 동안 치료법이 없어 만성 통증으로 고통 받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