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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 학력위조 의혹’ 논란 9개월 … 누리꾼들 왜 그를 물고 늘어지나

입력 | 2010-08-06 03:00:00

‘의혹제기 → 해명 → 의혹제기’ 쳇바퀴
전문가 “누리꾼 동경-질시 이중심리”




‘6302명.’ 5일 오후 가수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 학력위조설을 주장하는 네이버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에는 6000명이 넘는 누리꾼이 동시에 접속했다. 이 카페에 가입한 사람은 이날 10만 명을 넘어섰다.

2003년 데뷔한 그룹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는 스스로 스탠퍼드대를 조기 졸업했다고 밝혀 한때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한 누리꾼이 타블로의 학력에 의혹을 제기한 이후 학력위조를 둘러싼 진위 공방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타블로가 2일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누리꾼의 공세는 더욱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강호 측이 8일까지 악성 루머 글을 지우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지만 카페 가입자 수는 일주일 새 1000명 이상 늘었다. 타블로 사건 속에 숨은 군중(群衆)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 의혹제기-반박 오가는 ‘뫼비우스의 띠’

이 사건은 ID ‘왓비컴즈’라는 한 누리꾼이 포털사이트 등에 “스탠퍼드대 졸업자 명단을 확인해보니 타블로 본명인 대니얼 아먼드 리가 없다”는 글을 올린 데서 비롯됐다. 이에 개인 홈피 등을 통해 해명하던 타블로는 올 4월 28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내 학력이 거짓인 것처럼 소문을 내고 가족까지 모욕했다”며 왓비컴즈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타블로보다 왓비컴즈에게 동조했다. 이들은 “도올 김용옥은 논문인증번호를 공개해 학력위조설을 한번에 잠재웠다”며 증거자료를 요구했다.

타블로의 학력위조설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의 초기 페이지(아래)와 타블로 측이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5일 공개한 타블로의 캐나다 시민권증. 사진 제공 법무법인 강호

이후 논란은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형국이다. 타블로가 의혹에 반박하는 자료를 제시하면 누리꾼들은 매번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타블로 측은 그동안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성적표와 학교의 공식 확인서 등을 공개했지만 누리꾼들은 “조작됐거나 학교 측이 동명이인을 잘못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강호 측은 5일 동명이인 소문을 잠재우겠다며 성적표에 있는 이름과 동일한 영문 이름이 적힌 캐나다 시민권증을 공개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시민권이 위조됐다” “스탠퍼드대 입학허가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을 맡은 강호의 표종록 변호사는 “학력위조가 아니라는 증거는 이미 여러 차례 제시했다”며 “다만 눈과 귀를 막은 누리꾼들에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 의혹검증 공방의 심리학

누리꾼 10만 명이 타블로 한 명에게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의혹 제기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학벌과 병역, 이중국적 등 우리 사회의 민감한 문제들이 ‘타블로 공방’에 대부분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리꾼들은 타블로가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캐나다 시민권을 땄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와 사회적 성공 등을 대부분 충족한 타블로를 질투하면서도 자신이 그 위치였으면 하고 바라는 누리꾼들의 갈망이 거꾸로 의혹 제기에 집착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블로가 보통의 가수와는 달랐기 때문에 ‘대중의 검증’이 더욱 거셌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교수는 “스탠퍼드 출신 ‘수재’가 조기졸업 후 가수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예인 입문과정과는 큰 차이가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됐을 것”이라며 “상식과 현실이 다르면 사람들은 현실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타블로가 의혹을 풀기에 앞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 누리꾼을 자극했다는 해석도 있다. ‘타진요’ 회원인 ID ‘스××××’는 “논란이 커졌는데도 정작 타블로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악플러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타진요’ 카페에 실명과 전화번호를 공개한 중소기업 대표 신모 씨(38)도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서울의 한 사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타블로가 일방적인 공격을 받으면서 본인과 가족들이 피해를 봤다고 판단하면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정윤수 씨는 “누리꾼들을 끌어들이려는 포털의 자극적인 기사 배치가 ‘타블로 논란’을 키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유정민 인턴기자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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