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락 청장 임기 7개월 앞당겨 전격 사퇴 왜
강희락 경찰청장이 자신의 임기를 7개월 남짓 앞두고 5일 사퇴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 청장이 이날 대변인실을 통해 발표한 사퇴서에는 중도 사퇴하는 경찰 수장이 내놓을 수 있는 ‘모범답안’이 담겨 있었다. 국정쇄신을 위한 새로운 진용 짜기에 도움이 되고, 경찰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 공식적인 이유였다.
사실 강 청장은 재직기간에 큰 무리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는 내부 평가가 따른다. 지난해 1월 용산참사로 김석기 청장 내정자가 물러나면서 3월 취임한 뒤 불법·폭력시위가 줄었고, 파출소 부활로 체감 치안지수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경찰청장을 교체하기로 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정권 후반기에 경찰조직을 효율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여권 핵심부의 설명이다.
즉, 강 청장이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나면 다음 청장의 2년 임기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종료(2013년 2월 말)와 사실상 일치한다.
그럴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경찰총수 임명권 행사는 청장을 임기 중에 경질할 특별한 사건이 터지지 않는 한 내년 3월이 마지막이 된다. 한 관계자는 “내년 3월 이후에는 경찰 고위간부들이 ‘다음 경찰총수는 이 대통령이 아닌 차기 대통령 당선자에 의해 발탁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현직 대통령의 경찰조직 장악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정권 말기가 되면 경찰간부들의 차기 대권주자 진영 줄서기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중폭 이상의 개각이 점쳐지는 시점을 선택해 경찰수뇌부를 교체해 경찰조직을 더 확실히 장악할 필요가 있다는 의중이 경찰청장 교체에 담겨 있다는 해석인 것이다.
강 청장이 해양경찰청장 1년과 경찰청장 1년 5개월 등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 내 최고 계급인 치안총감 직위에 2년 5개월 동안 머문 만큼 이번에 물러난다 해도 ‘무리한 압박’으로 비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 청장마저 임기를 채우지 못함에 따라 경찰조직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3년 임기제 도입 이후 강 청장까지 5명의 경찰청장 중에서 임기를 채운 이는 이택순 전 청장(2006년 2월∼2008년 2월)뿐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