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7개월 남겨둔 강희락 경찰청장이 5일 갑자기 사퇴 의사를 밝힌 배경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강 청장은 “집권 후반기 국정쇄신을 위한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고 후진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서울 양천경찰서 가혹수사, 아동 대상 성범죄 빈발, 하극상 사건 등 난맥상으로 사실상 경질에 가까운 용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2년인 경찰청장을 차차기(次次期)까지 임명할 수 있도록 교체시기를 앞당김으로써 경찰조직 장악을 노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 청장이 1년 반 가까이나 재임했다며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으나 ‘오래했다고 그만두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과 상충된다.
▷정운찬 총리는 6·2지방선거 패배와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 직후를 포함해 3차례나 사의를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수용 여부가 모호한 상태가 계속되다가 7·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것을 계기로 사퇴를 공식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좀 더 같이 일하고 싶어 여러 번 만류했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한 충정에서 사의를 표명해 안타깝게 여긴다”며 수용했다. 결국 정 총리의 교체가 세종시 부결 때문인지, 임기 후반 국정면모 쇄신을 위해서인지가 불분명해졌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