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지구대 김모 경위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적장애 3급 A 양(17)에게 3만 원을 주고 성관계를 맺었다. 평소 말이 어눌하고 겁이 많았던 A 양은 경찰 조사에서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했다. A 양의 신고가 의심되는 상황으로까지 갔지만 조사 과정에 진술분석 전문가가 참여하면서 A 양이 말문을 트기 시작했고, 결국 김 경위의 은폐 시도가 드러났다.
성폭행 피해 아동과 지적장애인 사건을 조사할 때 진술분석 전문가가 경찰과 배석해 피해자 진술을 분석하면 경찰의 기소의견 비율이 20%포인트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아일보가 6일 입수한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진술분석 전문가가 참여한 160건의 경찰 기소의견 비율은 82.8%에 이르렀다. 이 교수가 전수 조사한 160건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여성·학교폭력 원스톱지원센터에 접수된 13세 미만 아동과 지적장애인 대상 성폭행 사건들이다.
이 교수는 “최근 5년간 동일 사건 기소율이 최대 61.4%인 것과 비교하면 2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라며 “경찰이 검사 지휘를 받아 송치하기 때문에 경찰 기소의견율과 검찰의 실제 기소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진술분석보고서는 판사들이 유죄 여부를 판단할 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팀이 법관 연수에 참여한 여성판사 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이 진술분석을 참고한 후 유죄 판단에 확신이 생겼다고 응답한 것.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아동진술분석 전문가인 나현정 씨는 “피해 아동은 심리상담가의 지도 속에 비교적 차분히 진술할 수 있다”며 “아동 특유의 몸짓이나 언어 습성을 파악해 진술의 신뢰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