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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不知言이면 無以知人也니라

입력 | 2010-08-09 03:00:00


‘堯曰’ 3장에서 공자가 군자의 조건으로 거론한 知命 知禮 知言의 셋 가운데 마지막 知言에 관한 내용이다. 知言은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 말이 어떤 심경에서 나왔는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일을 뜻한다. ‘顔淵’편에서는 ‘통달이라고 하는 것은 질박하고 정직하여 정의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가려듣고 안색을 살펴서 사려하여 상대방에게 겸손하다’라고 했으니, 이때의 察言(찰언)이 곧 知言이다.

공자는 언어가 내면의 진실을 담아내야 한다고 여겼다. ‘學而’편에서는 ‘말 잘하고 얼굴빛을 잘 꾸미는 자 가운데는 어진 사람이 드물다’고 하여 내실 없이 말만 잘하는 자를 경계했다. ‘先進’편에서는 말을 하면 반드시 사리에 들어맞는다는 뜻의 言必有中(언필유중)이란 성어가 나왔다. ‘憲問’편에서는 ‘내면에 덕을 지닌 사람은 善言을 하지만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내면에 덕을 갖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상대방의 말이 巧言이 아닌지, 그 말이 사리에 맞는지, 말하는 사람이 有德者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일이 모두 知言에 관계된다. ‘맹자’ ‘公孫丑·上’에서는 ‘나는 말을 알며 나의 浩然之氣를 잘 기른다’고 했는데 주자학에 따르면 상대방의 말을 아는 일은 窮理의 知 공부에, 仁義의 행실을 쌓아 호연지기를 기르는 일은 修身의 行 공부에 해당한다.

여기서 우리는 ‘논어’의 마지막 구절에 이르렀다. 尹焞은 말했다. ‘배우는 자가 어려서부터 늙기까지 이 책을 읽었어도 쓸 만한 말씀을 한마디도 알지 못한다면, 성인의 말씀을 업신여기는 자에 가깝지 않겠는가. 이는 공부자의 죄인이니, 유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논어’의 말씀을 이용하여 내 삶을 윤택하게 하고 나를 둘러싼 현실을 개조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고작 공부자의 죄인이 되고 말 것인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