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언론은 천안함 사건과 한미 연합훈련을 두고 마치 ‘보도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 적지 않은 중국 언론이 미국이 항모 조지워싱턴을 황해(서해)에 파견하는 것은 중국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조지워싱턴을 불러들이는 것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늑대를 집 안에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보는 중국 언론도 있다. 미국이 중국의 국가 안전에 도전하는 것을 한국이 도와 화를 자초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급진적인’ 성향의 환추(環球)시보는 심지어 중국이 한국에 압력을 가해야 하는지에 대해 독자와 누리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싣기도 했다.
한국 언론은 중국이 조지워싱턴의 서해 진입에 반대하는 것은 북한을 비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한다. 심지어 이 같은 중국의 행위로 중국과 북한이 함께 한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까지 한다.
양국이 보도전쟁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천안함 사건 등 현안이 나타나면 서로 다른 시각과 이익 계산에 따라 보는 경우가 많다. 가장 근원적인 배경은 양국 사이에 이미 ‘경쟁적 민족주의’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민족주의는 어느 나라나 사회적 응집력과 정치적 충성을 기초로 존재한다. 다만 적절히 통제되지 않아 차츰 서로 대립적인 정서로까지 발전하면 국가 간 관계는 불안정해진다.
일례로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을 압박하는 행동이라고 하지만 중국 언론이나 누리꾼이 이를 두고 중국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고까지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민족주의적인 정서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이 흔히 중국이 북한을 차지하려고 한다는 의문도 제기하는데 이 역시 민족주의적인 시각에서 중국의 정책이나 의도를 왜곡하고 과장하는 것이다.
양국이 원만하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언론 간 대화와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크다. 그러지 않고 서로 단편적인 것만을 경쟁적으로 부각시키면 양국 관계 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양국 언론이 국민 간 상호 이해를 위한 진정한 교량이 되려면 보도가 진정하고 정확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지 엄밀히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양국 언론은 의식적으로라도 민족주의 감정이 넘쳐나지 않도록 이를 억제하고 피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이래야만 합리적인 이성으로 상대방의 정책과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