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어 바다는 출렁인다◇대단한 바다여행/윤경철 지음/푸른길
바다의 탄생과 해저 지형의 생김새부터 시작해 바닷물의 이동, 심해 탐사, 바다 생물, 갯벌과 대륙붕, 해도와 바다 교통, 해양연구기지, 해양 투기, 바다 탐험가 등 바다에 연관된 다양한 지식을 정리한 백과사전식 교양서다. 공학박사인 저자는 총 13개장 110여 개 소주제에 바다 이야기를 담았다.
바다 밑에는 육지의 석빙고나 온천 같은 지역이 있다. 1968년 10월 대서양의 수심 1600m 지점에 잠수정이 침몰하면서 도시락으로 준비해 뒀던 소시지가 함께 가라앉았는데 열 달 후 잠수정을 인양할 때까지 소시지는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신선했다고 한다. 깊은 바다에는 영양분이 없어 세균이 적고, 수온은 가정용 냉장고의 온도와 비슷한 영하 1도∼영상 4도였기 때문이다.
바다에 어떤 종류의 물고기가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지 인간은 아직 다 모른다. 특히 심해 생물에 대해서는 그렇다. 인구가 늘어나면 바다의 식량창고로서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1989년 1억 t이던 세계 수산물 생산량은 올해에는 1억4400만 t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뉴질랜드는 이미 남극해의 심해에서 ‘오렌지라피’라는 물고기를 잡고 있고, 러시아는 북대서양의 심해에서 쥐꼬리물고기(민태과)를 잡고 있다.
바다는 인간에게 필요한 식량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새로운 공급원이 될 것이다. 강력한 항바이러스와 항암 효과가 있는 ‘아라-A’와 ‘아라-C’라는 약품은 해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었다. 복어의 독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을 일본에서는 근육이완제 및 암으로 인한 통증의 진통제로 사용하는 것을 연구 중이다. 노르웨이 과학자들은 바다의 박테리아에서 항생물질을 만들어 백혈병, 위암, 결장암, 전립샘암 등 11종의 질병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육지에 난 바닷길인 운하는 항로를 크게 줄여준다. 수에즈 운하는 인도에서 영국으로 가는 뱃길을 6400km나 단축시켰다. 이 때문에 국제 운하는 조약에 의해 보호 받고 있다. 전쟁 중에도 자유로운 통행이 보장되는 등 어떤 경우에도 폐쇄되지 않는다. 운하 양쪽 출입항으로부터 4.8km 이내에서는 어떠한 적대 행위도 금지돼 있다.
저자는 바다 오염 문제에도 지면을 할애했다. 사고로 발생하는 해양 오염도 있지만 인간이 일부러 갖다 버리는 해양투기는 더 문제다. 미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50km 떨어진 바다에 1946∼1970년 핵폐기물 4만7000드럼을 버렸다. 미국 환경연구소 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해삼은 다른 지역에 사는 해삼보다 227배나 많은 방사능 반응을 보였다. 옛 소련도 1959년부터 핵폐기물의 상당량을 스칸디나비아 반도 동쪽 노바야제믈랴 섬 일대의 깊은 바닷속에 버렸다. 핵폐기물을 해양에 버리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어리석은 방법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