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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학교생활기록부

입력 | 2010-08-10 20:00:00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는 출결 성적 건강기록 수상실적 등 학교생활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학생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다. 수시전형이 늘고 입학사정관 입시가 도입되면서 대학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못지않게 학생부를 중시하는 경향이다. 특목고나 자율고도 내신 학생부로 학생을 선발한다. 학생부가 상급 학교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포트폴리오로 등장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부터 효행상 봉사상 선행상 모범상 같은 대외수상 실적을 학생부에 기록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자능력급수시험이나 한국사시험 기재도 금지한다. 올림피아드 경시대회 전국체전 수상 경력은 올해부터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됐다. 기재금지 항목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11학년도 특목고 자율고 전형 때 제출할 중학교 학생부에는 토플 토익 텝스 등 공인 외국어시험 성적과 교외 수상실적을 적으면 불합격을 각오해야 하는 모양이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실시하는 자율고도 내신, 학생부, 교장 추천으로 학생을 뽑는다. 교외수상 실적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 등장을 우려한 조치다.

▷스펙 쌓기용으로 변질된 해외봉사 경력 기재를 금지하는 정도는 몰라도 어려운 환경에서 부모를 돌보거나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한 경력을 인정해 주는 상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대체 학생부엔 뭘 써야 되는 것인지 학부모들은 속이 탄다. 성적 외에 기재할 수 있는 항목은 교내상, 창의적 재량활동 정도인데 교내상은 치맛바람이 걱정된다. 학부모들의 성화로 남발될 우려도 있다.

▷정부는 2011학년도 외고 입시에서 영어듣기 평가를 없애고 영어내신 학생부 면접만 반영토록 했다. 여기에다 정원까지 크게 줄다 보니 중학생들은 영어 시험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외고 진학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공인 외국어시험 성적과 교외상 기재를 금지하면 수많은 영어내신 1등급 가운데 학교가 뭘 보고 학생을 뽑아야 할지 고민스럽게 됐다. 창의적 재량활동은 내용이 애매해 기민한 학부모를 둔 학생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교육 잡는 데만 매몰돼 학생을 판단하는 자료로서의 학생부 효용성을 자꾸 축소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