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영등포 교도소 보안계장이 제보… 황용희 교도관 수기서 밝혀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이 축소 은폐됐다는 사실을 보도한 동아일보 1987년 5월 22일자 1면.
이 책에 따르면 당시 영등포교도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보안 사안을 1차로 취급하는 위치에 있었던 안 씨는 수감 중이던 두 경찰관과 정권 측의 협상이 결렬되는 과정에서 고문에 관여한 상급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안 씨는 “직업윤리 때문에 마음이 몹시 불편하지만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1970년대 서울구치소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이 전 의원에게 극비사항인 고문 경관들의 면회 기록 내용 일부를 귀띔했다. 이 전 의원은 이를 쪽지로 써서 한재동, 전병용 교도관을 통해 당시 재야운동을 하던 친구 김정남 씨(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게 전달했다. 함세웅 신부를 통해 이를 건네받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987년 5월 18일 “고문 가담 경관은 5명이며 박종철 군 사건이 조직적으로 은폐, 조작됐다”고 폭로했다. 이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6월 민주항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이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씨가 진실을 공개하는 데 너무나 큰 부담을 느껴 설득에 애를 먹었다”면서 “‘역사에 옳게 기록을 남겨야 하지 않겠느냐’며 안 씨의 마음을 어렵게 돌려 황 교도관의 책에 그의 이름이 공개됐다”고 말했다. 안 씨는 대전교도소장 등을 지낸 뒤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