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오랜 역사와 함께해 온 소가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등 모든 교통수단의 배출가스(13.5%)보다 훨씬 영향이 크다고 한다.
되새김질하는 가축들은 장내 박테리아가 음식물을 분해하고 발효시킨다. 이때 메탄가스가 만들어져 트림이나 방귀로 나온다.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서는 메탄가스 배출 외에도 채소류 식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에너지의 4배나 든다.
많은 사람들은 “돼지가 더러운 동물로 알려져 있으니 메탄가스를 소보다 더 많이 배출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돼지 25마리와 소 한 마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비슷하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공기 중으로 토해내는 메탄은 200L쯤 된다. 이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4000L에 해당한다.
소 한 마리가 한 해 동안 내뿜는 온실가스는 자동차 한 대가 한 해 동안 배출하는 양과 맞먹고 이것은 4인 가족이 한 해 동안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을 앞두고 ‘월요일은 고기 안 먹는 날(Meat free Monday)’을 제안하기도 했다.
소를 많이 키우는 호주의 경우 가축이 내뿜는 메탄이 한 해 300만 t이나 된다. 가축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국가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가 나라 전체 메탄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하는 에스토니아는 소를 키우는 농가에 방귀세(fart tax)를 매긴다. 덴마크도 가축농가에 대해 방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물 2만 L와 사료 7kg이 든다. 이래저래 소가 지구온난화와 물 부족의 가해자로 지목받고 있는 시대다.
유복환 환경부 감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