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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됩시다]랩어카운트, 황금알만 낳지는 않는다

입력 | 2010-08-12 03:00:00

1년새 9조 증가 과열 양상
금감원 ‘묻지마 투자’ 주의보

특정종목에 다걸기 피하고
자산운용 변경권 꼭 챙겨야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니 100% 안심해도 괜찮다?’

최근 증권사별로 고객 유치 경쟁이 뜨거워진 ‘랩어카운트(Wrap Account)’에 대해 투자자들이 갖는 오해 중 하나다. 이처럼 랩어카운트에 맡기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투자’가 늘자 금융당국이 투자자에게 유의사항을 알리는 등 주의보를 내렸다. 금융감독원은 ‘랩어카운트 판매 및 운용에 대한 감독 지침’을 최근 각 증권사에 전달하고 필요할 때마다 ‘미스터리 쇼핑(판매현장 암행감시)’을 실시하기로 했다.

○ 빠르게 증가하는 랩어카운트 시장

11일 금감원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랩어카운트 계약금액은 27조6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3월만 해도 13조3000억 원에 불과했던 금액이 반년 만인 지난해 9월 19조2000억 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1년 만인 올해 3월에는 22조 원에 이르렀다.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는 것을 우려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랩어카운트에 넣을 수 있는 최소 금액이 크게 낮아진 만큼 가입 대상이 대폭 늘었다는 데서 비롯된다.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운용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만큼 피해를 볼 수 있는 고객층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그동안 통상 1억 원으로 랩어카운트 상품에 가입했지만 이제는 1000만 원으로도 가입할 수 있는 데다 이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도 가입을 권유하는 곳까지 생겨났다. 투자자들이 소액이어도 부담 없이 돈을 굴릴 수 있도록 증권사들이 문턱을 대폭 낮춘 것. 증권사는 랩어카운트의 수수료 외에도 위탁매매수수료, 성과 보수 등을 챙길 수 있어 치열한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 영업점들이 최근 랩어카운트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고 운용하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어 계약액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에겐 금액의 제약 없이 좀 더 유연하게 자금 관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가입금액이 적으면 여러 금융상품에 나눠 투자하기 힘든 까닭에 투자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소수 종목 ‘다걸기’ 조심해야

전문가들은 랩어카운트에 가입할 때 무엇보다 ‘소수 종목에 다걸기’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펀드는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공동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분산해 투자하지만 랩어카운트는 별다른 투자 규제가 없다. 이른바 시장에서 ‘4대 천황’, ‘칠(7) 공주’ 등으로 불리는 특정 종목을 따라가면 잠시 수익이 많이 날 수 있지만 주가 하락기에는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의 불건전 영업도 경계 대상이다. 대표적으로 과거에 높은 수익률을 낸 방식을 설명하며 그 방식대로 투자할 것을 권유하면 위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거에 높은 수익률을 올린 계좌대로 자금을 굴려도 실제로 같은 수준의 수익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증권사의 계약서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계약서에 투자자가 재산 운용에 관여하기 힘들도록 만들어 놓은 내용이 있다면 법에 어긋난다. 증권사는 마땅히 고객이 자기 자산 운용을 변경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계약서에 밝히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증권사가 위탁매매수수료를 받아내기 위해 매매회전율을 의도적으로 높이지 않는지도 살필 필요가 있다. 자산 불리기에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자주 사고팔아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