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안전硏 2008년말 보고서… 바닥연료통 등 조목조목 지적정부 “참고용일뿐” 시행안해
정부가 1년 반 전에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를 통해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문제점과 각종 보완 대책을 파악하고서도 9일 서울 버스 폭발 사고 전까지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12일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12일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을 통해 입수한 ‘CNG 자동차 안전성 향상 연구’ 보고서는 CNG 버스의 안전에 관련된 각종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2008년 12월 한국가스안전공사 산하 가스안전연구원이 대외비로 작성한 것으로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에 제출됐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그동안 몇 차례 CNG 버스 안전 대책을 논의했지만 실제로 시행된 것은 없었다.
이 보고서는 우선 버스 아랫부분에 설치된 연료용기를 윗부분으로 올리고, 압력방출배관을 현재의 구리관에서 좀 더 안전한 스테인리스관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했다. 지붕 위에 가스용기가 있으면 가스가 새더라도 공기 중으로 빨리 확산돼 사고 위험이 줄고 일상적인 점검 등 유지관리도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현재처럼 바닥에 가스용기가 설치돼 있으면 이물질이 빨려 들어가 부식될 위험이 높고 점검도 어렵다. 그래서 한국보다 CNG 자동차 역사가 오래된 북미와 유럽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스용기를 지붕위에 설치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번 사고 이후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책이 이미 이 보고서에 대부분 포함돼 있었다”며 “보고서에 담긴 대책만 빨리 실천했어도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용역보고서는 참고용일 뿐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들과의 협의가 필요해 이런 과정이 진행되다 보니 보고서 내용이 시행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스용기를 위로 올리면 무게중심이 불안해져 버스가 쉽게 전복될 위험이 있다는 일부 전문가의 반대 때문에 가스용기 배치 논의가 늦어졌으며 압력방출배관 교체, 가스누출경보장치, 유사시 긴급차단밸브, 보호커버 설치 등은 비용문제가 있어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