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전문가와 무한 경쟁… 고시 준비생-학원가는 초비상
61년 만에 고시제도가 개편됨에 따라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관련 산업 분야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다양한 인재가 유입돼 공직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제도가 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신임 사무관의 절반을 5급 공채시험(현행 행정고시) 합격자로 채우는 만큼 고시 출신들의 결속력이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가 행정고시 체제를 개편키로 한 것은 경직된 공직사회가 다변화되는 사회 흐름을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유능한 인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주요 공직에서 일해야 사회의 다변화 양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야 친서민 정책 등 주요 국정과제를 국민들과 함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전문 인력을 서류와 면접을 통해 정원의 30%를 뽑고 나머지는 기존 방식대로 5급 사무관을 채용한다. 이후 단계적으로 그 비율을 높여 2015년에는 5급 채용 인원의 절반을 새로운 제도로 뽑게 된다. 그때도 최소 절반은 현행 행정고시 방식으로 채용하게 된다.
정부 방안이 발표된 12일 노량진에서 만난 한 고시준비생은 “사법시험도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법조계에 진출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다시 고시로 돌아가자는 의견이 나오지 않느냐”며 “충분한 검증을 하고 시행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고시준비생 사이에서는 ‘2012년부터 배출되는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 채용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5급 공무원 상당수를 외부 전문가 공채로 뽑게 되면 변호사자격증이 있는 로스쿨 졸업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고시학원이나 고시원, 고시 관련 서적 출판사 등 관련 업계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고시학원 관계자는 “지금이야 수년째 준비한 사람이 많아 몇 년은 유지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시정원이 줄어들면 우리도 뭔가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