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檢 ‘돈심부름’ 지목 종업원 조사없이 무혐의 종결?
24, 25일 양일간 진행될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권은 김 내정자가 수차례의 선거와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거친 인물이지만 워낙 야당이 벼르고 있어 의외의 ‘지뢰’가 터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청문위원들은 지난해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청문회 과정에서 스폰서 의혹 등을 제기해 낙마시키며 국정의 주도권을 행사했던 ‘전과(戰果)’를 재연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사항들을 짚어봤다.
○ 박연차 금품 수수 의혹 무혐의
김 내정자는 2007년 4월 미국 뉴욕의 한국식당인 강서회관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수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해 6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김 내정자가 식당 주인 곽모 씨를 통해 박 전 회장의 돈을 받고 골프장 인허가와 관련한 편의를 봐 줬다는 혐의 때문이다.
2004년 경남도지사 취임 직후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가 2004년 6월 7일 경남도지사 취임식 직후 점퍼와 운동화 차림으로 곧바로 마산어시장에 들러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있다. 당시 김 내정자는 “시장과 상가가 살아야 서민경제의 주름살이 펴진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경남도
그러나 검찰은 미국에 있는 종업원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사건이 발생한 후인 그해 6월 12일 ‘참고인 중지’ 조치를 내리고 사건 처리를 유보했다.
그 후 6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검찰은 “충분한 조사를 했다”면서 김 내정자를 무혐의 처분하고 내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금까지도 이 여종업원을 조사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밝히길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이 진실규명의 핵심 고리인 여종업원을 조사하지도 않은 채 사건을 덮었다고 의심하면서 검찰에 수사기록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동아일보는 11일(현지 시간) 뉴욕 강서회관을 찾아가 해당 여종업원의 소재지를 물었으나 식당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행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곽 씨의 전 부인으로 현재 식당 주인인 K 씨는 “그 여종업원은 2007년 4, 5개월 정도 카운터에서 일하다가 결혼을 한다며 식당 일을 그만뒀고 그 후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K 씨는 “돈을 주고받았는지, 김태호 지사가 식당에 왔었는지 등은 잘 모르지만 한국 검찰에서 그 종업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여권은 청와대의 철저한 검증이 이뤄졌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청문회 과정에서 김 내정자와 박 전 회장의 구체적인 친분관계가 거론되면서 사소한 실수라도 이슈화되면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이 노무현 정권과 친분이 깊은 인물이라는 것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박 전 회장은 구속 직후부터 검찰에서 “김태호 (당시) 경남지사와 몇 번 골프를 함께 쳤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野 “STX 관련 제보 쏟아져”
민주당은 김 내정자가 경남지사 시절 경남 창원시에 공장이 있는 STX엔진의 비자금 조성 및 사용에 김 내정자가 관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올 3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위성통신단말기를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면서 원가정산 자료를 조작해 98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특경가법상 사기 등)로 회사 관계자를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STX와 관련된 민주당의 의혹 제기는 현재로선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회사의 범법 행위 내용은 노무비에 연구비를 붙여 납품 단가를 부풀린 것으로 비자금 조성과는 성격이 다르다. STX 측은 “창원 공장은 엔진 제조공장이며 검찰에 적발된 문제의 방위산업 공장은 경기 용인시에 있다. 김 내정자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특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STX와 김 내정자의 관계에 대한 제보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2003년 경남 거창군이 태풍 매미 복구공사 과정에서 88건, 총 226억 원가량의 공사를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것도 야당이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2005년 검찰에서 참고인 신분 조사를 받을 당시 “계약 과정과 절차 등을 보고받은 적이 없고 수의계약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박연차 리스트 질문 받고있는 총리 내정자 김태호
《 화제의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