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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인수 우선협상자에 인도 마힌드라 선정

입력 | 2010-08-13 03:00:00

‘회생 구세주’냐 ‘기술먹튀’냐




인도의 자동차회사인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쌍용자동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쌍용차와 매각주간사회사는 인수 입찰제안서를 낸 마힌드라와 루이아그룹, 영안모자 등 3개 기업 중 마힌드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쌍용차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총 입찰금액 외에도 인수 뒤 경영계획과 종업원에 대한 고용 보장, 단체협약 승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쌍용차는 마힌드라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해 루이아그룹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 마힌드라 “기술 유출 없을 것”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가격으로 약 5600억 원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와 매각주간사회사는 마힌드라로부터 입찰대금의 5%를 입찰이행 보증금으로 받은 뒤 이달 말까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다음 달 확인실사를 거쳐 11월경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마힌드라는 인도 최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업체로 자금력은 있지만 기술수준은 쌍용차에 비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때문에 쌍용차 안팎에서는 과거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전례처럼 인수 뒤 신차 개발을 위한 장기 투자는 받지 못하고 기술만 유출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힌드라 경영진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긴급 콘퍼런스콜(전화를 통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를 인수하면 지속적인 투자를 할 것이며 기술만 유출해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힌드라의 카완 고엔카 자동차·농기계부문 총괄사장은 “마힌드라는 상하이차와는 완전히 다른 회사”라고 강조했으며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부회장은 “쌍용차가 이미 수립한 신차 개발 계획을 확실히 지원하고 한국에서 연구개발 인력도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 ‘인도 진출’ 기회라는 분석도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들은 상하이차에 비해 마힌드라는 인수합병(M&A)이나 합작사 설립 경험이 풍부해 공동의 목표를 찾거나 조직문화를 융합하는 데 능숙하고 국영기업인 상하이차보다 비즈니스 마인드도 국제적이라고 평가한다. 선진업체가 관심을 가져주기만을 기다리다가 인수 업체를 찾지 못하고 자금난에 빠지거나 마힌드라보다 더 떨어지는 업체에 인수되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라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반면 비판자들은 브랜드 가치가 높지 않은 쌍용차를 마힌드라가 기술력 확보를 위한 도구 이상으로 여길지 의문스럽다는 견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최악의 경우 마힌드라가 공장 운영 기술을 익힌 뒤 국내 생산을 그만두고 원가가 싼 인도에서 차를 만들기로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는 마힌드라에 인수되는 것을 인도라는 거대 신흥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쌍용차의 차량이 인도시장에서 팔리고 그 이익이 다시 쌍용차로 돌아가 연구개발 투자에 쓰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마힌드라는

자산 10조원… 印 SUV 시장 63% 점유
포드와 합작… 濠 비행기부품사 인수도


마힌드라&마힌드라는 이륜차와 소형차, 트럭 등을 생산하는 인도의 자동차회사로 주력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는 인도시장의 63%를 점유하고 있다. 생산모델은 20종이 넘으며 회사 측은 앞으로 5년 안에 12개 모델을 추가로 더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SUV 생산량은 연간 20만 대가량이다.

마힌드라는 인도 현지 업체와 해외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부족한 기술력을 키웠고 1990년대부터 포드와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들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호주의 비행기부품업체, 독일의 자동차부품업체 등을 인수하고 최근에는 인도의 전기자동차 회사인 레바를 인수했으나 쌍용차와 같은 대형 완성차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은 자산 규모가 약 87억 달러(약 10조260억 원)에 이르고 고용인원이 전 세계에 10만 명이 넘는 인도의 대표적 그룹이다. 농기계와 정보기술(IT), 금융, 자동차, 부동산 분야에 다양한 자회사를 두고 있는 이 그룹은 연간 매출액이 71억 달러에 이르며 정보기술 계열사인 마힌드라 사타얌은 올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스폰서로 나서기도 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