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금욕 등 종교의식 통해 경기부양-사회통제 효과 노려■ 포린폴리시 분석
세계에서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물건이 잘 팔리는 때가 바로 라마단이다. 전 세계 15억 이슬람 인구가 해가 진 다음 집에서 먹는 ‘이프타르’ 음식 판매에 식당과 패스트푸드점이 들썩인다. 이집트인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식료품을 산다. 중동 국가와 인도네시아 TV의 대목도 라마단이다. 광고 수입이 25∼30% 증가한다. 호주의 양고기 수출도 77%가량 늘어난다.
과거에 라마단의 단식, 금욕은 개인의 선택사항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를 겪으며 중동 국가에 오일달러가 쏟아지자 바뀌었다. 이들 국가는 라마단을 엄격히 지키는 이슬람 보수파를 지원했고 세계적으로 모스크 건설을 도왔다. 오늘날 라마단을 어기면 인도네시아 아체에서는 매를 맞고 이집트에서는 범죄가 된다.
서방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에 대해서는 라마단 규칙이 좀 너그러워진다. 여름에 백야가 발생하는 북위 64도 북쪽의 이슬람교도는 단식 시간을 사우디 메카에 맞추도록 한다. 직장 동료나 거래처 사람들과 점심약속을 해도 먹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 받는 이슬람교도에게 소외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인터넷 강의도 등장했다.
라마단은 통치의 정당성이 부족한 독재자에게 민심을 호도할 좋은 기회가 된다. 2005년 당시 투르크메니스탄의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대통령은 라마단 때 8145명을 사면했다.
라마단은 사실 성(聖)과 속(俗)의 절묘한 혼합이다. 2008년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라마단 기간에 리비아를 방문했을 때 무아마르 알 카다피 국가원수는 금욕을 이유로 악수를 거부했다. 자신은 여성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말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