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부 잃은 초중생 20명 日무연고위령탑 참배“70년만의 만남… 꽃 드리고나니 마음 가벼워져”
11일 일본 사이타마 현 세이덴인의 ‘재일한민족 무연고위령탑’ 앞에서 이지훈 군을 비롯한 학생 20명이 묵념을 하고 있다. 진지한 표정으로 묵념을 하는 학생들의 증조부들은 1940년대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돼 일본과 태평양 각지에서 희생됐다(왼쪽 사진). ‘재일한민족 무연고위령탑’ 앞에 설치된 비석. 사이타마=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에 대해 ‘통절한 반성’을 이야기한 10일 한국 초중학생 20명이 일본 센다이(仙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나이도 다양했다. 사는 곳도 저마다 달랐다. 이들은 센다이에서 하루 머물고 11일 일본 도쿄 인근 사이타마(埼玉) 현 히다카(日高) 시에 있는 사찰 세이덴인(聖天院)으로 향했다. 이 절에 세워진 ‘재일한민족 무연고위령탑’ 앞에 선 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묵념한 후 미리 준비해 간 꽃을 제단에 바쳤다. 철모르는 사춘기 학생들이 광복절을 앞두고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 70년 만에 이뤄진 만남
서울, 전남, 경북 등 사는 곳도 다양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증조부가 일제의 강제징용 이후 머나먼 이국에서 돌아가신 것이다. 탐방대원인 허준 군(15·경기 성남시 청솔중 3학년)은 “증조부께서 일제강점기에 태평양의 마리아나 제도로 징용을 갔다가 돌아가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세이덴인 위령탑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조선인 강제징병·징용자를 위한 시설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연고가 없어 결국 한국에 가지 못한 무연고자를 위해 건립됐다. 이 절 주지 대리인 고바야시 히데오(小林秀雄) 스님은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왔다 희생된 무연고 조선인을 위한 일본 내 유일한 위령탑”이라고 설명했다.
○ 포스코의 첫 공식 지원
학생들의 이번 일본 방문은 포스코가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를 처음 공식 지원하며 이뤄졌다. 포스코 전신인 포항제철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일본에서 받았던 자금 중 1억2370만 달러로 건립됐다.
사이타마=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