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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北축구감독 강제노역說

입력 | 2010-08-13 03:00:00


6월 21일 열린 남아공 월드컵 북한-포르투갈 경기는 프로팀과 동네축구팀의 대결 같았다. 0-7로 대패한 북한팀 김정훈 감독과 선수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월드컵 사상 최초로 본선 경기를 생중계하라고 지시한 김정일의 실망도 컸을 것이다. TV 중계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남한 축구팬들도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축구강국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는 2-1로 선전(善戰)했던 북한 팀이다. 포르투갈전이 끝난 뒤 외국 기자들 사이에서 북한 선수단의 망명 가능성이 거론됐을 정도다.

▷지난달 말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어 영국 스페인 등의 유력 신문들이 북한 선수들의 자아비판(自我批判)과 김 감독의 강제노역설을 보도했다. 대회가 끝난 후 재일교포 정대세 안영학이 일본으로 돌아간 뒤 나머지 선수들은 평양 인민문화궁전 앞에서 6시간 동안 ‘사상투쟁회의’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선수들을 한 명씩 내세워 김 감독을 비판하게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도 북한이 포르투갈에 3-5로 역전패 당해 4강행이 좌절되자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는 소문이 있었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북한 선수단 학대 의혹에 해명하라는 서한을 북한축구협회에 보냈다. 외국 신문들은 북한팀의 죄목이 ‘김정은의 신뢰를 배신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후계자인 김정은의 영도(領導) 덕분이라고 선전한 북으로서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포르투갈전 참패는 김정일의 무모한 작전 지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감독은 남아공 현지 인터뷰에서 “장군님(김정일)이 손수 개발하신 눈에 안 보이는 휴대전화로 전술적 조언을 직접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도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에 처음 진출해 헝가리에 0-9로 참패했고 터키에는 0-7로 대패했다. 북한의 남아공 대회 전적보다 참담한 성적이었다. 북한이 월드컵 본선에 오른 것만도 국력에 비춰보면 대단한 일이다. 북한 축구팀이 아시아경기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정황을 감안하면 축구감독의 강제노역설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소문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북한의 수치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