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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에 빠진 아이들]‘언어 오염 줄이기’ 이렇게 해보세요

입력 | 2010-08-14 03:00:00


■ 부부-형제간에도 존댓말로 ‘배려’ 가르치고
“남매가 지나치게 싸워 상담을 받으러 온 적이 있다. 남동생이 누나에게 욕하고 대든다는 것이다. 딱 한 가지만 고쳐줬다. ‘누님’이라고 부르라고 권했다. 이후 누나를 대하는 태도가 확실하게 좋아졌다. ‘누님’ 하고 부른 다음에 험한 말 하기는 쉽지 않다.” 이형초 심리상담센터 원장의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올바른 언어습관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권한다.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요즘 학생들은 가상공간과 현실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해 가상공간에서 쓰던 어휘를 현실공간에 끌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가정과 학교라는 주요 현실공간에서 ‘나쁜 말은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명확하게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10대들의 언어생활은 대개 이중적인 양태를 보인다. 또래들과 어울리는 학교나 그 주변지대에서는 심한 욕설 대화를 나누면서도 집에 돌아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그런 말을 쓰지 않는다. 10대 또래집단에서 벗어나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 욕설 대화가 뚝 끊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의 호칭을 포함한 적절한 단어 사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원장은 “무엇보다 자식이 부모에게 존댓말을 쓰고 부부 간, 형제 간에 존중하는 단어를 쓰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존댓말을 쓰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럽게 따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욕설을 하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자체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정에서부터 언어를 통해 배려 의식을 갖추도록 해줘야 한다.

■ 발표-토론 많이 하게 해 단어 골라내는 훈련
욕설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시작된 작은 규칙을 릴레이 경주처럼 학교가 이어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교에 등교하는 순간부터 욕설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든지, 한 해 목표를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로 정하는 등 구체적이면서도 집중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

‘학교가 바쁜 청소년들의 언어 습관을 바꿀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시각보다는 ‘언어만이라도 바꾸겠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의 바른말 사용에 대한 현행 교육과정이나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1000명 중 88.97%가 ‘부족하므로 국가 및 교육청 차원에서 프로그램 및 지침서 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학생들에게 발표나 토론 기회를 자주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욕설이나 비속어는 즉각적이고 순간적인 언어 반응인 반면 발표나 토론은 시간을 갖고 생각한 뒤 자신의 의견을 언어를 통해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이런 기회를 반복할수록 청소년은 언어를 선별해서 사용하는 훈련을 쌓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현실 공간에서부터 욕설과 비속어를 쓰지 않도록 지도하고 차츰 영역을 넓혀 나가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코드 빼들고 다닌다’는 생각으로 게임 제한
‘부모들이 TV와 컴퓨터 코드를 빼서 들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인터넷과 TV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전략도 필수적이다.

청소년이 적지 않은 시간을 들이는 온라인게임은 나쁜 언어습관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된다. 온라인게임 커뮤니티 ‘플레이포럼’의 박명기 편집장은 “대부분의 채팅창에는 ‘금칙어’가 설정돼 있어 잘 알려진 욕설이나 비속어는 아예 입력이 안 되지만 이 같은 제약이 오히려 새로운 욕설과 신조어를 양산하고, 새로운 표기법까지 나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모는 자녀가 정확하게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고 자녀의 ID를 파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외부의 적절한 감시가 없을 경우 청소년들이 유해환경에 빠져들기 쉽다고 지적한다. 게임은 12세 미만, 12∼15세 미만, 15∼18세 미만, 성인용으로 등급이 나뉘어 있다. 자녀가 연령에 맞는 게임을 하는지 부모는 늘 확인해야 한다. 부모가 주간 단위로 자녀의 ‘게임 총량제’를 실시해 감독을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게임 회사에서 해당 ID의 게임 시간을 체크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어 확인은 어렵지 않다.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의 이향숙 소장은 “부모가 직접 나서서 아이의 게임을 관리해야 욕설이나 비속어의 사용이 줄어든다”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집 밖으로 나가서 시간을 자주 보내면서 ‘컴퓨터가 없는 세상의 즐거움’을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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