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쏟아지는 신조어인터넷 금칙어 교묘히 우회TV 예능프로에서 증폭도
“우리는 높임말 써요” 2007년 개교 이후 4년째 학생들에게 교내에서 높임말 사용을 권하고 있는 서울 신당초등학교 3학년생들이 11일 활짝 웃으며 친구들을 존댓말로 불러보고 있다. 변영욱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이 친구에게 몰래 보낸 이 문자 메시지를 적발하고도 해독이 어려워 꾸중하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한참이 지난 뒤 이 메시지가 “갑자기 튀어나온 선생님 때문에 너무 소름끼쳐 짜증난다”라는 뜻인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청소년들의 언어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터넷에서는 수없이 많은 신조어가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쩐다’(대단하다)라는 표현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누리꾼들이 검색창을 통해 이 말의 뜻을 깨치고 바로 응용하는 식이다.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유행어도 있지만 ‘안습’(눈물이 날 정도의 상황)처럼 10년 넘게 장수하는 조어도 있다. ‘손발이 오그라든다’거나 ‘열폭’(열등감 폭발)처럼 TV의 오락 프로그램에까지 전파돼 널리 쓰이는 사례도 있다.
긴 구절의 앞글자만 따거나(글설리·글을 설레게 할 정도로 좋은 리플), 한글을 영문 알파벳으로 표기한 뒤 이니셜만 따서(ASKY·이성친구가 ‘안 생겨요’라는 뜻) 은어처럼 쓰는 식으로 좀 더 복잡한 공정을 거치기도 한다.
‘갑툭튀’(갑자기 적이 튀어나와 자신의 캐릭터를 공격하는 행위)나 ‘쉴드’(보호막)처럼 인터넷 게임에서 유래한 단어도 있다. ‘시벨리우스’ ‘병림픽’처럼 인터넷에서 쓸 수 없는 금칙어 지정 규정을 ‘창의적’으로 피해가며 비속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터넷 신조어는 교과서적인 어휘만으로는 진솔한 감성을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조되고 유통된다. 하지만 한정된 또래 집단이나 게임 채팅창에서만 뜻이 통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유통기한도 짧아 널리 이용되기는 어렵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