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한 여성이 갑상샘 이상 여부를 알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선 갑상샘 초음파 검사가 쓸데없이 갑상샘암을 조기 발견해 환자들의 부담만 늘린다며 초음파 검사를 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한림대 의대
본보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4개 병원에서 갑상샘암 수술 대기 기간을 조사한 결과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2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갑상샘암은 생존율이 매우 높아 수술을 늦게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학회에선 건강검진에서 갑상샘 초음파를 하지 말도록 권고하는 실정이다.
○ 길게는 1년을 기다려야
서울대병원에서 갑상샘암 수술을 받기 위해선 최대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진단 후 4개월 이후에나 수술을 받을 수 있다. 2009년에 수술을 가장 많이 한 병원은 세브란스병원으로 2786명이 수술을 받았다. 하루 평균 7, 8명이 수술을 받는 셈이다.
조기검진 ‘득보다 실’-사망률 낮고… 모르고 살기도 해, 무리한 수술, 삶의 질 해칠수도
○ 조기검진 장점 별로 없어
최근 조정진 한림대 평촌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올해 대학가정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갑상샘암 조기검진이 필요 없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갑상샘암은 조기발견의 효과가 떨어지고 우연히 발견해 수술해도 그 결과가 좋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수술한 뒤 갑상샘 호르몬제를 장기 복용해야 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득보다 손해가 크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갑상샘암에 걸리더라도 사망률은 높지 않고, 전혀 모르고 살다가 다른 이유로 죽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대한가정의학회에서 편찬한 ‘한국인의 평생건강관리 제3판’에 실린 갑상샘암 자료에서도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건강검진 기본 서비스에 집어넣는 것을 반대했다. 갑상샘암의 과다진단은 불필요한 치료를 유발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도리어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갑상샘암도 암이다’-미세 유두암 20% 전이 가능성, 암 계속 자라… 조기진단-수술을
○ 일부 암 때문에 조기검진 필요
갑상샘암 중 일부 암은 예후가 안 좋기 때문에 조기검진이 필요하다고 보는 의사들도 있다.
임 교수는 “갑상샘암이 진행이 느리고 수술 결과가 좋다고 해도 조기 진단을 하지 않으면 그 사이에 암은 계속 자란다”면서 “제1기일 경우 사망률은 1.7%이지만 제2기로 진행되면 사망률이 계속 증가하므로 수술은 조기진단을 통해 되도록 빨리 하는 편이 치료도 수월하고 결과도 좋다”고 말했다.
미국암학회에서도 가족력이 있어 위험이 있는 사람 이외엔 갑상샘암을 목 부위 진찰이나 초음파로 조기 검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 영국갑상샘학회에서도 일반인에게 조기검진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혀 세계적인 추세는 조기검진을 반대하는 추세다.
송영기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올가을 조기검진 및 추적검사를 포함해 한국형 갑상샘암 치료와 검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유정민 인턴기자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