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무의식적으로 계단 수를 셀 때가 있잖아요? 숫자 ‘100’을 입으로 말하거나 속으로 의식하면 그해 대입에 실패하고 재수한다는 얘기가 떠돌아요. 저도 친구와 백계단을 오르면서 재미삼아 계단을 세어본 적이 있는데요. 다행히 3개씩 끊어서 3의 배수로 숫자를 센 덕분에 ‘100’을 세지 않을 수 있었어요. 내심 ‘재수는 안 하겠구나’ 기뻐했어요.”
일부 학생은 ‘백계단 전설’을 ‘수능을 앞둔 시점이므로 야간자율학습을 빼먹지 말고 공부에 전념하자’는 뜻이 담긴 경고성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도전 엘리베이터’라는 미신도 있다. 서울의 한 여고에서 내려오는 얘기. 이 학교 5층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외부손님 위주로 가동하기 위해 ‘학생 절대 이용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학생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다 적발될 경우 학교로부터 벌점을 받는다. 하지만 수능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요즘이면 이 엘리베이터를 몰래 이용하는 ‘간 큰’ 수험생들이 급증한다는 것.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직후나 방학 중엔 ‘만원’이란 표시가 뜰 만큼 엘리베이터는 수험생들로 가득 찬단다.
왜 그럴까? 이 엘리베이터를 100회 이상 타면 서울대에 합격한다는 전설 아닌 전설 때문이다. 고3 김모 양은 “엘리베이터 타는 횟수를 채우기 위해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면서 교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탄 뒤 위아래를 마구 오가는 친구도 있다”면서 “1학년 때부터 벌점 받아가면서도 엘리베이터를 열심히 탄 친구가 있었는데, 실제로 6월 모의고사에서 외국어 영역이 10점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는 ‘지난해 전교 1등을 한 선배가 공부했던 자리에서 공부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그래서 전교 30등까지의 학생들이 모여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심화반’의 학생들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앞두고 1등 선배의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특히 이 자리는 창가에서 한 개 열이 떨어져 있고 앞에서 두 번째 줄인지라 창문을 살짝 열어놓으면 맑은 공기도 가까이에서 마실 수 있고 친구들이 화장실을 오가도 방해받지 않은 채 공부할 수 있는 ‘명당’으로 꼽힌다.
고3 차모 군(18)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저녁을 샌드위치나 빵으로 때울 때도 있다”면서 “공부가 안될 때 그 자리에서 기(氣)를 한 번 받고나면 집중력이 재충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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