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 2급 김동원 씨, 美미시간대 박사과정 전액 장학생 선발류근철 KAIST 특훈교수 물리치료 침술로 날 일으켜후배 구광민 씨는 2년간 노트필기-실험 그림자 내조
16일 오후 대전 유성구 KAIST ‘유석공원’에서 유학을 앞둔 김동원 씨(가운데)가 류근철 교수(왼쪽)와 학과 후배인 구광민 씨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 씨와 구 씨는 류 교수가 수억 원을 들여 조성한 이 공원을 자주 걷는다. 대전=지명훈 기자
뇌병변 장애 2급으로 KAIST 기계공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김동원 씨(26)가 미국 미시간대(앤 하버) 박사과정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돼 28일 유학을 떠난다. 장애를 극복하고 박사과정 전액 장학금 유학이라는 쉽지 않은 일을 일궈낸 과정에는 국내 거액 기부자와 같은 학과 학생의 도움이 있었다. 16일 오후 KAIST 기계공학동에서 만난 김 씨는 그동안 누구의 도움이 가장 컸느냐고 묻자 최근에 작성한 듯한 편지 한 장을 내놓았다. 그는 장애 때문에 몸의 활동이 전체적으로 불편하다. 오른손도 거의 사용할 수 없고, 말도 좀 어눌한 편이다.
수신인은 이 대학에 2008년 578억원을 기부한 류근철 KAIST 특훈교수(한의학 박사)였다. 그는 “재능도 기부해야 한다”며 교내에서 기거하면서 물리치료 기구(헬스 부스터)와 침술, 한약 처방 등으로 학생들의 건강을 무료로 돌보는 ‘류근철 헬스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류 교수는 “유학을 가려 한다기에 이국만리에서 혼자 두 손으로 식판이라도 들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노트 필기를 대신해주고 실험을 도와주면서 그림자처럼 일거수일투족을 2년 동안 도와준 같은 학과 후배인 구광민 씨(25)가 꼬박꼬박 식당에 동행해 식판을 가져다 줘야 했다.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다. 물리치료와 침 치료, 그리고 손의 힘을 키우기 위해 김 씨와 류 교수가 힘을 합쳐 고안한 기계장치를 활용하면서 3개월 만인 5월 중순경 오른손 사용이 가능해져 혼자 두 손으로 식판을 들었다.
더 큰 기적은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해 많은 좌절을 겪으면서 매사에 부정적이던 생각이 류 교수와의 무수한 만남과 대화를 통해 뒤바뀌었다.
“공부를 비교적 잘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교육 당국의 잘못으로 특별고사장이 아닌 일반고사장에 배치돼 한 해 시험을 망쳤어요. 그 이듬해에는 국내 최고 명문대에 입학할 성적을 얻었지만 장애를 이유로 거절당해 다른 대학(한양대 기계공학부)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죠. 전공인 로봇공학을 활용해 장애인에게 필요한 재활기계를 만들고 관련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어 저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자신감을 잃었어요. 그때 나타난 류 교수님이 저의 소명을 다시 보게끔 해주셨죠.”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