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정도의 성장률과 3.5% 정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상적 수준인데 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질문에 벌써 나와 있다. 지금의 금리 인상은 긴축이 아니라 정상화다. 현재의 기준금리는 한 번 올리고 나서도 2.25%에 불과하다. 역사상 가장 낮을 뿐 아니라 명목성장률, 소비자물가상승률, 잠재성장률, 심지어 실질성장률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낮은 것이 무슨 큰 문제냐는 질문도 나올 수 있다. 가계부채 규모가 커서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가 나빠질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는 여러 측면에서 경제의 잠재력을 갉아먹는다. 경제 자체를 저금리 의존적으로 만들고 가계와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늦춘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왔던 선진국 가계와 금융기관의 방만한 의사결정 저변에도 바로 정책당국의 자발적인 또는 비자발적인 저금리 의지가 깔려 있었던 게 아닌가.
문제는 이렇듯 중요한 기준금리 정상화가 훌륭한 경제 실적 아래에서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 즉 빚 규모가 커진 현대 경제에서 기준금리란 ‘내릴 때는 쉽지만 올릴 때는 어려운 정책변수’라는 속설이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합리적 통화당국자라면 우리 경제의 회복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 정책금리를 2%까지 낮춘 것을 후회해야 한다. 사실 이 정도 성장할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까지 정책금리를 내리진 않았을 것이다. 후회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을 지속해야 한다. 앞으로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더욱더 그렇다. 한국은행의 합리적 결정을 기대한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