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아프간 철군하면 임무 끝’ 판단한듯
미국의 장관은 해당 정권의 정책적 기조가 크게 바뀌거나 심각한 직무수행의 문제점이 나오지 않는 한 4년의 대통령 임기 동안 경질되지 않는 것이 관례다. 특히 민의를 대표하는 상원의 철저한 인준청문회를 거쳐서 임명되는 만큼 대통령도 함부로 장관을 바꾸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에 대한 논공행상용 또는 정국을 쇄신한다는 차원에서 쉽게 장관을 교체하는 한국 문화와는 판이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게이츠 장관이 용퇴의 뜻을 밝힌 것은 정권이 교체되었어도 연임이 결정된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가 종료되는 시점에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게이츠 장관과 협의 끝에 이라크에서의 전투병력 철군 시점을 내년 말까지로 정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내년 7월부터 철군을 시작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게이츠 장관은 최근 50개 이상의 군 장성 보직을 없애고, 합동군사령부(JFCOM)를 폐지하겠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국방개혁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말까지는 군부대 내 동성애자 복무지침에 대한 결정도 내릴 예정이다.
게이츠 장관의 퇴진 발언이 나오자 차기 국방장관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국방정책을 조언했던 리처드 댄지그 전 해군장관과 미셸 플러노이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유력한 후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방부 자문기관인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장인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이름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