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가 9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다. 메이저리그에선 8경기 연속 홈런이 최고 기록. 1956년 피츠버그 대일 롱, 1987년 뉴욕 양키스 돈 매팅리, 1993년 시애틀 켄 그리피 주니어가 공동으로 갖고 있다.
기록 행진이 멈춘 뒤 이대호의 인터뷰에서도 나타났지만 난감한 것은 본인은 홈런을 쳤는데 팀은 패하는 경우다. 기록을 경신해도 흥이 날 리 만무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은 패잔병처럼 클럽하우스로 향하는데 본인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대호가 홈런을 터뜨리는 동안 롯데는 4승 5패에 그쳤다. 승률 5할에도 못 미쳤다. 속된 말로 영양가 없는 홈런이 돼버린 것이다. 이대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롯데의 전력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롱이 8경기 연속 홈런을 날릴 때는 7승 1패로 고공비행을 했다는 점이다.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었던 셈이다. 매팅리와 그리피 주니어도 8경기에서 팀은 각각 5승 3패를 마크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해 홈런왕에는 오르지 못했다. 반면 이대호는 이변이 없는 한 홈런왕이 확정적이다. 1956년 롱은 27개의 홈런을 날렸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이다. 당시 홈런왕은 아메리칸리그에선 양키스의 미키 맨틀로 52개, 내셔널리그에선 브루클린 다저스의 듀크 스나이더로 43개였다. 롱은 통산 홈런 132개로 슬러거는 아니었다. 켄 그리피 주니어의 630개, 매팅리의 222개에 크게 뒤진다.
1987년 매팅리는 홈런 30개로 시즌을 마쳤다. 당시 49개가 양 리그 최다 홈런이었다. 1993년은 24세의 그리피 주니어가 홈런에 막 눈을 뜬 해다. 처음으로 45개의 홈런을 터뜨리면서 훗날 메이저리그 사상 7명만이 포함돼 있는 600홈런 클럽에 가입했다. 그러나 그해 홈런왕은 46개의 홈런을 날린 텍사스의 후안 곤살레스가 차지했다. 내셔널리그 샌프란시스코의 배리 본즈도 46개를 기록했다.
이대호는 파워와 정교함을 두루 갖춘 흠잡을 데 없는 홈런 타자다. 앞으로 어떤 기록을 또 세울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상열 기자 moonsytexas@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