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산세… 무학대사도 첫눈에 반해
18일 오전 충남 공주시 반포면 계룡산 동학사계곡. 무더운 날씨지만 서늘함이 느껴지는 이곳에 피서객들이 몰려들었다. 이 계곡 신록은 계룡산 8경의 하나이다. 지명훈 기자
국립공원 계룡산관리사무소가 추천하는 등산코스는 5개 정도로 나뉜다. △갑사 1코스(2시간 30분·3.8km)는 갑사를 거쳐 삼불봉 정상까지 이르는 코스로 중간의 오리 숲과 용문폭포가 아름답다. △갑사 2코스(6시간·10.2km)는 원효대 연천봉을 거쳐 자연성능 삼불봉 동학사에 이르는 장대한 코스다. 전문가들은 초보자는 이 코스를 삼가기를 권한다. △동학사 코스(2시간 30분·4.4km)는 동학사를 거쳐 관음봉에 이르는 코스다. 계룡산 팔경 중 하나인 동학사 계곡의 신록을 만끽할 수 있다. △수통골 코스(2시간 40분·6km)는 수통폭포, 금수봉 정상, 빈계산을 통하는 길이다. 금수봉 정상에서 대전시내와 화산계곡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신원사 코스(2시간·3.2km)는 신원사를 지나 소림원 금룡암 고왕암 등 고찰들을 거쳐 낙조로 유명한 연천봉에 오르는 코스다.
동학사에서 1.7km 올라간 곳에서는 ‘남매탑’을 만날 수 있다. 남매탑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한 수도승이 목에 큰 뼈가 걸린 호랑이를 구했다. 은혜를 입은 호랑이가 수도승에게 젊은 처녀를 물어다 놓고 갔다. 처녀는 수도승의 불심에 감화돼 떠나지 않으려 했다. 결국 둘은 의남매를 맺고 구도에만 몰두했다….”
무학대사가 새 도읍지로 정하려 했다는 신도안(계룡시)에는 한때 100여 개의 신흥종교가 우후죽순처럼 생겨 ‘종교백화점’을 형성했다. 1970, 80년대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이 종교정화운동을 벌였지만 아직도 계룡산 주변의 계곡과 골짜기에는 굿당과 기도터 등이 많이 남아 있다.
계룡산 주변에는 유서 깊고 아름다운 산사도 많다.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가 가장 아름답다는 의미다. 하지만 벚꽃터널이 봄마다 동학사 입구를 뒤덮으면서 ‘춘동학’이라는 말도 생겼다. 갑사에서 멀지 않은 신원사는 천년고찰답게 사철 어느 때나 아름답다.
2004년 동학사 입구에 세워진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세계박물관협회에 등록된 자연사박물관이다. 지질, 육상, 해상의 생물과 민속자료 등 20만2000여 점이 소장돼 있다. 여기서 공주 방향으로 나가다가 왼편으로 깊숙한 마을로 들어가면 계룡산도예마을이 나온다. 도예 장인들의 도자기 제작과정을 살펴보고 제작 체험도 할 수 있다. 구입도 가능하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