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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현직 판사를 지명수배하고 체포까지… ‘황당 경찰’

입력 | 2010-08-19 03:00:00

“절도범과 이름-나이-출생지 같아 착오” 해명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해 6월 초부터 한 절도범의 행방을 쫓고 있었다. 성북구 보문동의 한 사무실에서 100여만 원어치의 가짜 명품가방 5개, 체크카드 1개 등이 사라진 도난 사건의 용의자였다. 피해자 권모 씨(39)는 조사에서 “지인의 소개로 만난 박모 씨가 범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박 씨 나이와 출생지를 경찰에 알려줬다. 경찰 조회 결과, 서울 거주 시민 중 조건이 같은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조회 결과를 토대로 박 씨로 추정되는 사람의 노원구 집을 찾아간 경찰은 그가 지난해 6월 중순 중국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절도범이 중국에 자주 왕래했다”는 피해자의 증언과 일치했다. 경찰이 입수한 박 씨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본 피해자와 주변 사람들이 “절도범이 틀림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지난달 4일 박 씨를 절도 혐의로 지명 수배했고 13일 입국하는 박 씨를 공항 입국대에서 체포했다. 황당한 상황에 처한 박 씨는 “나는 현직판사로 중국 해외연수를 나갔다가 귀국하는 길인데,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항의했다. 즉각 신분 조회에 들어간 경찰은 박 씨가 서울의 한 법원에 근무하는 현직 판사인 것을 확인하고 공항 현장에서 박 씨를 풀어줬다. 종암서 관계자는 “이름 나이 출생지 등 7가지 정도가 피해자 주장과 일치해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